‘뉴질랜드 아시아태평양영화제’
감독상 안겨준 영화 ‘2퍼센트’
‘서사와 포항’ 조화로운 융합 최선
어릴적 무작정 상경, 영화의 길로
첫 수상작 ‘원죄’ 이은 낭보 뿌듯
뉴질랜드서 제안해온 합작영화
타라나키市 자매결연 성사되길

“영화에 본질적으로 녹아든 감독의 사상과 생각이 중요한 것이죠. 제 영화는 주로 시대가 직면한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캐릭터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화면 전환 등 영화적 트릭을 빼고 롱커트 작업을 많이 합니다. 당대의 세계인이 고민하는 주제를 함께 논의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겠죠.”

문신구<사진> 영화감독은 서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포항 출신 영화 연출자다. 지난달 28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스카이 시티극장에서 열린 6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2023 뉴질랜드 아시아태평양영화제’감독상 트로피가 그의 손에 안겨졌다. ‘2퍼센트’는 영화감독이 시한부 생명의 선고를 받고 사라진 주인공을 통해 청춘을 위한 아주 작은 희망의 확률 2%를 드라마의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문신구 감독이 지난 13일 고향 포항으로 금의환향했다. 이날 포항시립중앙아트홀 독립영화상영관 인디플러스포항에서 그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포항은 포스코로 상징되는 산업도시 이미지였는데, 문 감독의 이번 수상작 영화 ‘2퍼센트’를 보고 나서 매력적인 도시라는 걸 알게 됐다는 평이 많다.

△한 편의 영화에 포항을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 영화를 본 해외 관객들조차 감탄을 연발했다. 포항이 모르는 포항의 아름다운 매력을 영화를 통해 알릴 수 있어 보람이었다. 많은 아름다운 관광지들을 전부 소개하다 보면 홍보영화가 된다. 그것이 영화의 서사와 융합되게 녹여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고, 그 두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진 최선의 역량을 다했다. 포항시와 포항영화인협회 등 많은 포항시민이 협조를 해줬고, 스텝과 배우들도 잘 따라주어서 큰 무리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정작 힘들었던 것은 편집, 녹음, 색 보정 등 감독이 감당해야 할 길고 긴 외로운 후반작업 과정이었다.

-‘2퍼센트’ 영화가 독립예술영화 성과와 의미를 증명하는 동시에 우수한 지역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평소 타 도시에 비해 영화적 인프라가 부족하다 느껴왔었다. 그래서 처음 시작부터 어려운 점이 많았다. 작은 예산, 부족한 인프라, 부족한 인적자원 등…. ‘2퍼센트’는 그 부족함을 모티브로 작품을 구상하였고, 그 부족한 2프로로 만들어 냈다. 이는 전국 최초이고 전 세계에 알리게 된 성과까지 얻었다. 이를 계기로 타 도시에 비해 영화적 인프라가 부족한 포항이 아니라 앞서가는 포항, 더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영화의 메카 포항이 되었으면 한다.

-주제와 형식 면에서 다채로운 시도가 돋보였고 작가 특유의 시선을 담은 ‘서사가 아름다웠다’는 평가다.

△예술을 지향하는 감독이라는 작가는 나름의 독보적 서사와 형식을 지향 추구한다. 해외 국제영화제에서 인정받고 수상을 한다는 것은 그 감독의 예술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영화 ‘2퍼센트’는 나에겐 또 하나의 장르를 이루는 창작과정이었다.

-포항에서 태어나 중학교까지 살다가 서울로 이주했다. 언제부터 영화에 관심을 가졌나?

△어려서부터다.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무작정 서울로 갔다. 집안의 반대도 심했지만, 당시 영화를 할 수 있는 곳은 서울이었고,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곳도 서울이었기에 무작정 갔다. 당시엔 요즈음처럼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다.

-그동안 영화감독으로서의 삶은 어땠나?

△롤러코스트 삶. 긴 세월 동안 영화를 배우고 만들면서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며 고생도 많이 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내 영화(내가 만들고 싶은)를 만들기 시작했고, ‘원죄’로 몇몇 해외국제영화제와 국내영화제로부터 수상을 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돈은 못 벌었다. 예술영화는 돈은 못 번다.

-뉴질랜드아시아태평양영화계에서 두 번째 수상이다.

△2019년에 ‘원죄’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로 인해 뉴질랜드 아태영화제 측에서 나를 주목해주었고 ‘2퍼센트’를 초청해 주었다. 개막작으로 상영되면서 심사위원들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영화 ‘2퍼센트’에 기립박수와 찬사를 보내주었다. 한국을 비롯한 일본, 중국,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등 외교관들도 일일이 찾아와 악수를 청하는 ‘2퍼센트’, 포항, 대한민국의 날이었다.

-영화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천문학적 제작비를 들여 블록버스터를 만들어 세계 극장에 배급하는 시대에서 이젠 OTT 시대다. 점차 국적조차 의미가 없는 오로지 작품과 작가의 콘텐츠만 인정되는 OTT 세상. OTT가 모든 콘텐츠의 유통과 성공을 좌지우지하기에 성공의 공식도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는 현실이다.

-앞으로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준비하고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영화제 때 뉴질랜드에서 제안해 온 합작영화도 계획하고 있다. 또, 영화제 때 ‘2퍼센트’를 보고 뉴질랜드 타라나키시가 아름다운 포항시와 도시 자매결연을 제안해 와서 진행 중이다. 잘 됐으면 좋겠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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