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나무
꽃 무더기 일제히 한 방향으로 예뻤다
낱장의 꽃잎들이 가벼워 나도 사뿐 얹혀
햇빛과 함께 흔들렸다
돌아오는 길에 보고 말았다
꽃들의 뒷모습을
수만 개의 받침이 밑에서 만개하고 있었다
한 아름 품었던 송이를 터뜨려 가슴 밖에 내놓고
그 꽃잎 하나 질 때마다 비와 바람을 붙들고
텅 빈 채 울고 있었다
당신이 내 발을 붙들고
울고 있었다
꽃들에게도 뒷모습이 있었구나! 우리는 드러나 있는 꽃의 아름다움에만 심취하지 않았던가. 꽃들도 “꽃잎 하나 질 때마다” 마음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는 것이다! 한편 ‘받침’은 꽃을 자신으로부터 떼어내는 “비와 바람을 붙들”지만, 결국 꽃을 잃고 “텅 빈 채 울고 있”다. 시인이 꽃의 뒷모습을 투시할 수 있었던 것은 지는 꽃잎처럼 당신에게서 떨어져 나오는 “내 발을 붙들고” 당신이 “울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