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1천400만원 한꺼번에 올라
대기업-中企 격차 더 커져 박탈감
입주업체 근로자 “우리도 인상을”

포스코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합의안이 가결된 것과 관련, 포항철강공단내 입주업체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포항철강공단을 비롯 인근 지역에서 가동중인 300여 개 기업들은 일단 포스코의 임단협 타결은 크게 반기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만에 하나 포스코잠정합의안이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될 경우 지역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 노심초사해 왔었다.

포항시와 포항시의회, 일부 시민단체 등이 포스코 노사의 임단협 최종 타결을 환영하는 것도 그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이제 그 후유증이 철강공단 내 기업들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 노조원들은 이번 합의안 가결로 일단 △기본임금(Base-Up) 10만원 인상(자연상승분 포함 17만원 수준) △주식 400만원 △일시금(비상경영동참격려금) 250만원 △지역상품권 50만원 △격주 4일 근무제도 도입 △경영성과금·복리후생제도 개선 등을 위한 노사합동TF구성 등을 챙겼다. 이는 1인당 1천400여 만원에 달하는 것이다. 포항에서 특정 기업이 한꺼번에 이렇게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성과가 당장 숫자로 확인되자 철강공단 내 입주기업 근로자들이 “임금을 올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중소기업 직원들은 “똑같이 일을 하는데 임금 격차나 복지 수준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 자괴감이 든다. 왜 대기업에 입사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순간”이라며 “사실상 대기업 직원보다 중소기업 직원들이 더 많은 일을 한다.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명이 해야 할 일을 혼자하면서 ‘멀티맨(multi-man)’이 된다. 임금은 우리가 더 받아야 한다”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시간이 지나면 전체 중소기업으로 번져 나갈 모양새다.

철강공단 A업체는 “경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중소기업이 살아남기가 버거운 상황만 생기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철강공단내 기업들은 이미 경영진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향후 임단협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숙고을 거듭하고 있다.

지역 경제계에선 이번 포스코 임단협 타결로 앞으로 역내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기업이 내세운 임금과 복지 수준을 중소기업이 맞춰줄 수 없기 때문인 것. 실제 이런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포항 지역에 이차전지 등 새 기업이 들어서면서 우리 회사의 핵심 인력을 대거 빼갔다”며 “중소 기업 입장에서는 손실이 크다. 특히 한참 일할 시기의 중요한 인력을 빼앗겼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회사에서는 이제 쓸모있는 직원이 됐나 했더니 대기업이 제시한 더 좋은 조건에 넘어가 버렸다. 새로 뽑으면 또 교육을 시키고 공을 들여야 한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더 잘 해주고 싶지만 여력이 되지 않으니 할 수 없다. 개개인 직원의 입장에서는 기회인지 모르겠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적잖이 당황스러운데 이런판에 이번 포스코 임금 인상안마저 공표되어 진짜 머리가 아프다”고 털어놨다. /이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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