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 오케스트라로 문을 연 ‘제3회 2023 포항음악제’ 성공작
피아니스트 손민수 협연·현악사중주단 카잘스 콰르텟의 앙상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리사이틀 등 압도적인 무대로 감동 선사

2023 포항음악제 ’꿈꾸는 이, 슈베르트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연주하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2023 포항음악제 ’꿈꾸는 이, 슈베르트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연주하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빼어난 연주가들의 마법 같은 연주와 수준 높은 포항 청중이 ‘문화도시 포항’의 밑그림을 완벽하게 그려낸 성공적인 축제였다.”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포항문화예술회관 및 포항시 일원에서 열린 ‘제3회 2023 포항음악제’가 많은 이야기와 감동을 남기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2023 포항음악제’개막공연-신세계로부터에서 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인사하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2023 포항음악제’개막공연-신세계로부터에서 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인사하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축제를 시작한 2021년 ‘기억의 시작’과 2022년 ‘운명, 마주하다’는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포항시가 음악 축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곳이라는 선입견과 팬데믹, 태풍 힌남노 등 음악제를 홍보하기에 제약이 있었다. 하지만, ‘신세계? 신세계!(A NEW WORLD? THE NEW WORLD!)’라는 주제로 펼쳐진 ‘2023 포항음악제’는 전국에서 음악계 주요 인사들이 극장을 찾을 만큼 훌륭한 출연진, 프로그램, 감동적인 연주와 차분한 진행으로 성공적으로 치러져 내년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2023 포항음악제’찾아가는 음악회를 찾은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2023 포항음악제’찾아가는 음악회를 찾은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올해 축제는 예년보다 완성도가 높았다는 평가다. 포항문화재단(이사장 이강덕)은 산과 바다, 자연과 산업이 어우러진 포항시를 문화도시로 확장해 가기 위해 포항시와 관내 기업, 경북도의 지원을 받아 음악제를 진행했다. 피아니스트 손민수의 협연과 세계 최고 기량의 연주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만든 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스탠딩 무대로 화려한 축제의 개막을 알린 개막 공연은 열정적인 연주로 관객들의 혼을 쑥 빼놓으며 큰 박수와 감탄을 이끌었다. 세계적인 현악사중주단인 카잘스 콰르텟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리사이틀을 보기 위해 포항시를 처음 방문한 음악 애호가들의 발걸음도 눈에 띄었다.

신예슬 음악평론가는 “‘2023년 포항음악제’는 음악감독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한 듯, 현악 레퍼토리에서 큰 강점을 보였다. 무엇보다 압도적이었던 것은 한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운 연주자들의 존재, 그리고 그들의 몰입도 높은 연주였다”고 언급했다.

2023 포항음악제’ 폐막공연-춤의제전이 펼쳐지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2023 포항음악제’ 폐막공연-춤의제전이 펼쳐지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박유신 음악감독은 “신생 음악제일수록 연주의 질과 프로그램 수준이 중요하다. 음악제를 꼭 찾고 싶은 곳이 되도록 최고의 연주자들을 섭외했다. 매년 세계적인 현악사중주단을 초청했는데, 다른 축제와 구분되면서도 도시를 상징할 수 있는, 현악기 중심의 특화된 프로그램, 출연진을 꾸준히 선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덕분에 만날 수 있는 무대는 각별했다. 손민수, 조성현, 토비아스 펠트만, 김홍박 등 현악과 건반, 관악의 조화로 만들어 낸 재즈-클래식 공연, 자주 무대에 오르지 않는 말러의 피아노 사중주, 현악 앙상블과 소프라노(박혜상)가 어우러진 레스피기, 슈베르트의 가곡은 축제의 품격을 높였다. 신비로운 앙상블을 선보인 카잘스 콰르텟, 슈베르트의 작품만으로 구성한 무대와 매진을 기록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리사이틀, 그리고 출연진들이 대거 참석한 마지막 9일 공연에는 멘델스존, 바르기엘 현악8중주를 최수진을 비롯한 무용수들과 함께 만들며, 여느 축제의 폐막과는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알차고 진중한 프로그램과 연주는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의 놀라운 울림과 함께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다.
 

‘2023 포항음악제’ 아티스트 포항 공연에서 소프라노 김예은과 테너 이규철이 공연하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2023 포항음악제’ 아티스트 포항 공연에서 소프라노 김예은과 테너 이규철이 공연하고 있다. /포항문화재단 제공

매년 음악제에 참석했던 세계적인 톤 마이스터 최진 감독은 “포항문화예술회관은 별도 확성 없이 클래식 악기의 소리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음향을 갖춘 곳”이라고 했다.

출연 아티스트의 특별 무대를 마련한 ‘포커스 스테이지’와 포항의 도서관과 미술관, 체인지업 그라운드 로비 등에서 진행한 ‘찾아가는 음악회’, 포항 출신 음악가를 소개하는 ‘아티스트 포항’과 마스터클래스 등은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어 ‘문화도시 포항’의 순수예술 진흥 프로젝트로 계속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포항음악제를 참관했던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는 “포항음악제의 첫인상은 조용하고 차분했지만 빼어난 실력의 연주가들이 저마다 마법 같은 연주로 뜨거운 공감을 자아냈다. 포항 청중들의 수준은 높았다. 음악을 존중했고 함께 나눌 줄 알았다”고 평했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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