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휴식 주는 국립세종수목원

유리정원 전경.
유리정원 전경.

각박한 도심 속에 살고있는 현대인들은 늘 숲을 꿈꾼다. 가볍게 떠나서 자연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는 수목원이 인기를 끄는 것도 자연을 그리는 사람들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푸른 식물과 나무가 지천으로 심어져 있는 수목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3년 전 문을 연 세종특별자치시의 국립세종수목원으로 떠나보자. 학습과 자연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수목원에서 가족들과 즐거운 나들이를 떠나보면 어떨까?
 

3년 전 세종특별시에 문 연 최초의 도심형 수목원
축구장 90개 규모 총 2천453종 식물 관람 가능해
국내 최대 ‘유리온실’ 어린왕자의 바오바브나무
샤넬 넘버5 재료인 꽃중의 꽃 일랑일랑 등 자리
서울 창덕궁 주합루·부용정 본떠 만든 ‘궁궐정원’
남도 정원의 백미라는 ‘소쇄원’ 등 꼭 구경해봐야

◇ 바오바브나무 비롯해 이색 수목 만발

세종특별자치시의 국내 최초 도심형 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은 축구장 90개 규모(65㏊)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사계절 온실을 비롯해 한국적 전통과 현대적 정원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20개의 다양한 주제 전시원으로 조성됐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에서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한 국립세종수목원은 모두 2천453종 161만 그루의 식물을 관람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3번째 국립수목원인 국립세종수목원의 핵심 볼거리는 국내 최대 유리온실인 ‘사계절 전시 온실’이다. 꽃잎 세장이 달린 붓꽃모양으로 지어진 사계절 열대온실은 꽃잎 한 장마다 열대 온실, 지중해온실, 특별전시온실이 자리한다.

동선에 따라 지중해 온실로 먼저 발길을 옮겼다. 32m 높이의 전망대가 있는 지중해식물 전시원에는 물병나무, 올리브, 대추야자, 부겐빌레아 등 228종 1천960본을 관찰할 수 있다. 지중해온실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다. 마다가스카르에서 보았던 것처럼 우람하고 강렬하지는 않지만 작고 연약한 모습이 ‘어린 왕자’ 속 바오바브 나무와 더 가까운 것 같다.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빨간색 부겐빌레아도 지중해 온실에서 꼭 봐야할 수목이다. 빨갛게 물든 건 꽃이 아니라 잎이다. 작고 수수한 꽃 대신 화려한 잎으로 벌과 나비를 유인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온실정원,
온실정원,

올레미소나무도 이채롭다. 중생대 백악기 때까지 살다가 멸종된 줄 알았으나 1994년 호주에서 발견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줄기가 항아리처럼 생긴 케이바 물병나무와 ‘시어머니 방석’이란 별명을 가진 금호선인장도 지중해온실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지중해 온실 한가운데는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 모양을 한 정원이 인증샷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열대온실로 들어서니 실내에 후끈한 열기가 느껴진다. 5.5m 높이의 관람자 데크길을 따라 나무고사리, 알스토니아, 보리수나무 등 437종 6천724본의 열대 식물이 식재돼 있고 실내에 조그만 폭포도 있다. 마치 아마존 열대우림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열대온실에서 가장 인기있는 수목은 수령 300년가량 된 거대한 흑판수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연필이나 칠판의 재료로 쓰인다고 한다. 열대 온실을 둘러보며 알게된 것은 우리가 즐겨먹는 열대과일이 흔히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과일 중 하나인 바나나는 나무에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여러해살이 풀에서 자라는 열매라는 것이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는 아보카도는 인간이 아니었으면 멸종했을지도 모르는 식물이라고 한다. 아보카도 열매를 통째로 삼켜 씨를 퍼트려주던 과거의 매머드 같은 대형 초식동물이 멸종하면서 아보카도 역시 멸종위기에 처했지만 우연히 아보카도를 먹은 인간이 맛에 매료되어 대량재배 하면서 멸종을 면하게 된 것이다.

열대 온실은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화려한 식물이 많기도 하지만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인 식충식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은 파리지옥을 비롯해 끈끈이주걱, 사라세니아 등 여러 종이 전시돼 있다. 파리지옥은 유인냄새를 뿌려 파리가 덫으로 들어오면 덫이 닫히면서 포획을 하게 된다. 그에 비해 사라세니아는 기다란 간처럼 생긴 잎에 벌레가 떨어지면 소화효소로 분해한다.

 

궁궐정원 ‘솔찬루’ 전경.
궁궐정원 ‘솔찬루’ 전경.

◇ 샤넬 넘버 5 만드는 꽃 ‘일랑일랑’ 이채

열대지방의 휴양지마다 피어있는 야자수도 종류가 다양하다. 베트남이나 중국의 우거진 숲에 자생하는 생선꼬리야자는 마치 물고기 꼬리모양처럼 가지가 갈라지고 뾰족한 것이 특징이다. 인도네시아 전통주택의 재료로 사용되는 락카야자는 줄기와 잎자루가 립스틱 색처럼 붉은 색을 띠고 있어 일명 ‘립스틱 야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아랫부분이 술병처럼 부푼 독특한 모양의 병야자와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케 하는 모양의 성탄야자도 눈을 사로잡는다. 열대 온실엔 국내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식물이 자란다. ‘황금 연꽃 바나나’는 최근 노란 꽃이 피었다. 수개월간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열매를 맺는다고 한다. ‘하와이 무궁화’ 종들이 모여 있는 곳엔 빨간 ‘산호 히비스커스’ 꽃이 피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향수 샤넬 넘버5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일랑일랑도 꼭 찾아봐야 할 식물이다. 일랑일랑은 필리핀 고유언어인 타갈로그어로 ‘꽃중의 꽃’을 의미한다.

특별전시온실에서는 다양한 기획전이 열려 어린이 관람객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6m 높이 천장에 매달린 대형 호접난과 행잉볼 60여 개는 입체감을 배가시켜 마치 동화책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을 준다. 오는 12일까지는 특별전인 피터래빗의 비밀정원이 전시된다.
 

특별전시온실,
특별전시온실,

사계절전시온실에는 반려식물 상담실이 설치돼 식물을 건강하고 예쁘게 키우는데 필요한 도구나 방법들을 자세하게 안내해준다.

사계절 전시 온실밖에도 볼거리가 천지다. 조상들의 정원문화를 엿볼 수 있는 한국전통정원에는 서울 창덕궁 주합루와 부용정, 후원을 본떠 같은 크기로 조성한 궁궐정원과 남도 정원의 백미인 소쇄원을 볼 수 있다.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 등의 봄꽃이 피어있는 모시조각보원은 한국의 전통문양인 모시조각보를 모티브로 조성한 정원이다.

후계목정원도 이채롭다. 정이품송 2대자손목을 비롯해 역사적으로 유명한 나무들의 자식이나 손자뻘 나무들을 옮겨놓은 곳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뉴턴의 사과 나무 후계목이다. 1665년 아이작 뉴턴은 영국 켄싱턴의 집 뜰에 앉아 있다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 이 사과나무는 뉴턴의 사후 전 세계 대학 식물원 연구센터의 요청에 따라 후손이 만들어졌고 여러나라에 널리 퍼져나갔다. 현재 국립세종수목원에 있는 뉴턴의 사과나무는 3대손이다. 뉴턴 사과나무의 증손자인 셈이다.

※ 여행 Tip

국립세종수목원 관람 시간은 매주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5시이며 입장 마감시간은 오후 4시다.

입장료는 성인 5천원, 청소년 4천원, 어린이 3천원이다.

세종특별자치시 주민과 다문화가정,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연간회원은 50% 할인된다.

오는 24~26일에는 사계절전시온실에서 반려식물 키트 산업전이 열린다.

/세종=글·사진 최병일 여행전문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