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권 시집서 100여편 골라 엮어
언어의 절제 통해 서정성 높여

김만수 시인
포항의 김만수(69) 시인은 등단한 지 36년 된 한국 시단의 중견 시인이다. 지금까지 첫 시집 ‘소리내기’를 비롯해 모두 10권의 시집을 냈다. 대략 3년 만에 한 권씩의 시집을 낸 것으로, 창작에 매우 열성적인 시인이랄 수 있다.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결코 적지 않은 시집을 낸 것은 그의 문학정신의 충일성뿐 아니라 자신의 삶 자체에도 치열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표시다.

최근 김 시인이 그동안 출간했던 10권의 시집에서 100여 편을 골라 엮은 시선집 ‘나의 수많은 근처들’(문학의전당·사진)을 펴냈다. 이 시선집에서 보여주는 시의 형식적 특성은 대부분 시편이 20행을 넘지 않는 전통적인 단아함이다. 언어의 절제와 축약을 통해 지나친 상상력의 비약을 통제하면서 아름다운 서정성으로 독자들의 정서적 반응을 유도하고 있다.

요즘 우리 시단의 일부에서 보이는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함이나 참기 힘든 장광설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이런 시적 태도 역시 ‘시는 곧 도(道)와 같다’는 도학자들의 수행 정신과 같은 점도 김 시인이 교육자와 개신교회 장로 직분의 종교인이라는 사실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전체적으로 서정시가 중심을 이루는 이번 시선집은 민중의 애환과 약자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고 살아온 김 시인의 삶과 그의 시력(詩歷)을 한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추천사를 쓴 고재종 시인은 “김만수 시백(詩伯)의 시는 고금동서는 물론이요, 우주에까지 보폭이 걸쳐 있다. 그 발걸음은 울울총총한 땅의 역사와 민중의 애환, 그리고 그들 삶의 장소들을 누비고 톺아본다. 그렇게 시인은, 의연한 발걸음의 내력들을 적어가면서도 관념의 아상에 빠지지 않고, 어쩌면 단아하다고 할 정도로 정제된 형식에 나무처럼 울울하고 별처럼 총총한 이미지들을 찬란하게 생성해놓는다. 아울러 그 이미지들의 사유화(思惟化)를 통해 시적 진정성에 도달하는 품이 가히 일품”이라고 적었다.

“이슬처럼 머물다/먼 강물 소리에 묻어가는/그대를 따라갑니다/사랑은/아슬한 굽이마다 내걸린/희미한 등롱이었지요/그대 사랑하는 저녁을/여기/마디마디 새겨 보냅니다/청댓잎 새순으로/다시 피어오르시어/푸른 마디마다 매단/눈물방울/보십시오”- 김만수 시 ‘목간(木簡)’ 전문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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