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수도권 험지 선언 나오면
다수의 현역 의원 물갈이 현실화
국힘 반감 무소속 돌풍 가능성도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내 주류를 표적으로 내놓은 인적 쇄신 요구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관심이 쏠린다. 인 위원장이 쏘아올린 희생론의 대상은 당 지도부, 중진 의원, 친윤계로 평가받는 국민의힘 의원들이다. 여기에는 대구·경북(TK) 의원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번 권고안이 현실화될 경우 TK정치권 재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인 위원장의 희생 요구에 따라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선언을 할 경우 다수의 현역 의원 물갈이가 현실화될 수 있다. 특히 당의 텃밭인 TK지역 등 영남권에서 인 위원장의 요구에 부응하는 선언이 하나둘 터져 나오면 당 전반에 도미노 효과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TK지역은 당에 대한 안정적 지지세를 노리고 출마를 희망하는 후보들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서 선거 때마다 현역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다만 선수가 많다거나 지도부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불출마를 선택하거나 지역구를 옮겨야 한다는 요구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지역 정가에선 내년 총선에서 무소속 돌풍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실력과 평판, 의정활동 성과, 대중적 명성이 아닌 다른 기준을 적용해 차별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냐는 불만도 있다. 오히려 정치권에서는 중진보다 초선 의원들의 함량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쇄신 대상의 하나인 당 지도부는 침묵하고 있다. 스스로 목에 칼을 대라는 요구인 만큼 선부터 그으려 하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개개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혁신위 의결 사안이 아닌 만큼 지도부가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당사자들의 결단이 이번 쇄신론 성공 여부의 최대 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 대표, 원내대표 출신, 영남 다선, 친윤 핵심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안 권고 사안을 수용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의 수행실장을 지낸 초선 비례 이용 의원은 ‘인요한 쇄신안’에 대해 적극 수용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용산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이 대거 총선에 차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친윤계 의원들이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TK지역의 경우에도 특정 인사들에 대한 수도권 출마 가능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혁신위의 인적 쇄신 요구가 수용됐을 시 공천 혁신안까지 겹치면서 절반 가까운 현역 의원 물갈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혁신위의 2호 안건으로 발표된 ‘현역 평가 후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의원 정수 10% 감축’ 등이 일정 수준의 현역 물갈이를 상수로 하고 있다. 하위 20% 공천 배제의 경우 이달 초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당무감사 결과에서 이뤄질 수도 있다. 인적 쇄신의 또 다른 축인 인재 영입 작업도 총선에 뛸 대표선수 교체 과정에서 톱니바귀처럼 맞물려 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현역 물갈이 작업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총선 인재영입위원장에 이철규 전 사무총장을 임명한 국민의힘은 이번 주 초 인재영입위를 정식 출범하고서 영입 인사들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 혁신위의 인적 쇄신안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내년 총선 밑그림을 주도할 총선기획단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6일 공식 출범한다. 당 관계자는 “인요한 혁신위가 댕긴 불이 여기로도 옮겨붙을 수밖에 없다”며 “우리 당 3선 이상 중진 의원들도 선택의 갈림길에 몰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