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호 혁신안’으로 “당 지도부,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은 불출마하거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라”고 권고했다. 여당 내 기득권 타파의 대상으로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지목하며, 희생을 강요한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혁신위원장 시원하게 한번 지르네. 혁신이란 바로 그런 것”이라고 긍정평가했듯이, 혁신안에 공감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다만 혁신안의 폭발성을 감안해 김경진 혁신위원은 “인 위원장 개인의 정치적 권고 메시지”라고 강조하면서, 혁신위 공식 의결 사안은 아니라고 말했다.

2호 혁신안의 실현여부는 미지수다. 당 지도부는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이만희 사무총장을, 친윤계는 권성동·장제원·이철규 의원을, 당 중진은 3선이상 의원(31명)을 지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 대표는 “정식 제안이 오면 검토해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혁신위의 이번 쇄신안은 무게감이 크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당은 국민들 눈에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존재로 보였다. 특히 최근 당 인재영입위원장에 직전 사무총장을 지낸 이철규 의원을 임명하면서 민심을 아랑곳하지 않는 정당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그러나 이번에 파격적인 혁신안을 내놓으면서 민주당보다 한발 앞서 ‘총선바람’을 선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당의 이번 혁신안은 절대 용두사미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당 전체 구성원들의 선당후사(先黨後私) 희생정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 지도부와 친윤계, 중진그룹이 공천개혁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경우, 여당에 대한 민심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여당은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수도권 중산·청년·중도층 모두가 낙제점을 줬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민심은 급격하게 악화한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야권 200석’이 정말 현실화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