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

이렇게 살면 폐인이 될 것 같아

짐을 챙겨 옆방으로 갔네

이렇게 살면 귀신이 될 것 같아

다시 짐을 챙겨 옆방으로 갔지

이렇게 지내면 정말 귀신도 못 될 것 같아

짐 챙길 새도 없이 옆방으로 갔어

(중략)

밤이면 불을 켜고 가스 불에 국을 데워

돈 내지 않으면 모든 게 끊어지네

끝은 끝 방

고요와 평화

불이 꺼지면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 돌아와야지

나는 젖겠네

시인의 궁핍한 생활이 구체적이면서도 절제되어 묘사된 시. “돈 내지 않으면 모든 게 끊어지”는 막막한 현실에서, 시인은 귀신이 되지 않기 위해 옆방으로 전전하다가 ‘끝 방’에서 고요와 평화에 들어서고 싶다고 희구한다. 그 희구는 소멸에의 욕망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최악의 상황마저도 받아들이고자 하는 의지 역시 담고 있다. “불이 꺼지면/버스를 타고/종점까지 갔다 돌아”오겠다는 다짐으로 표현되는 의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