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규

바람도 불지 않는 저녁

산책길 등 뒤에서 가슬가슬

따라오는 소리 들려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네

아스팔트 포장도로 위로

가랑잎 몇 개 굴러다닐 뿐

발걸음 재촉하는데 또다시

뒤따르는 낙엽의 기척

아득한 전생의 어느 가을날

내 앞에 떨어진 나뭇잎들인가

돌아가자고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귓전에 속삭이는 듯

죽음을 의식하게 되는 나이에 다다른 시인. 그는 홀로 산책하면서 죽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죽음은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가을이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낙엽’의 모습이니 말이다. 시인은 그 낙엽이 “아득한 전생”에 “내 앞에 떨어진 나뭇잎들”일 수 있겠고 생각한다. 그 전생으로 “그만 돌아가자고 귓전에 속삭”이는 낙엽. 시인은 죽음을 전생으로 돌아가는 귀향으로 여기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