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인터뷰 일반부 대상 수상자 서경연 씨

일반부 대상 수상자 서경연 씨
일반부 대상 수상자 서경연 씨

“탄소(C)의 눈부신 도약이 다이아몬드라면 철의 눈부신 도약은 지구의 외핵에서 빠져나와 액체를 이룬 철광석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철은 공공재라고 생각합니다. 물 공기 햇빛처럼 자본이 없어도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철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먼저 계산해 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집의 단위를 결정짓는 것은 평수가 아니라 소모될 철광석입니다. 철은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 있습니다.”

지난 20일 발표된 포항시 주최, 경북매일신문 주관의 ‘제7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일반부 대상 수상자인 서경연(56·경남 양산시)씨는 공모전에 세 번째 도전 끝에 대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에밀레, 에밀레야’는 모두가 말을 잘하고 모두가 듣지는 않으려는 이 시대에 묵묵한 것, 홀로 있는 것, 마지막까지 순수한 것들의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다.

 

엄마의 부재, 그런 애정 결핍을 거꾸로 푼 것이

‘에밀레’를 쓰게 된 동기였고 나의 상처였을 것

글을 통해 작은 것, 낮은 것, 잘 보이지 않는 것,

약자에 대한 공감, 끝없는 사랑을 담고 싶었어

-에밀레종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엄마의 부재가 가장 큰 동기였을 것이다. 엄마를 일찍 잃었다. 그래서 엄마가 있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나는 잘 모른다. 그런 애정 결핍을 거꾸로 풀어내고 싶었던 것이 ‘에밀레’를 쓰게 된 동기였고 또한 나의 상처였을 것이다. 결국 문학이라는 것이 ‘아픈 다리 내놓고 장사한다’던 황지우 시인의 말에서 나는 진정 얼마나 자유로울까 가끔 생각한다.

-수상작 ‘에밀레, 에밀레야’를 쓰는 과정은 어땠나. 작품을 통해 남기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에밀레종 소리를 다운받아서 수천 번을 들었을 것이다. 나에겐 그 소리가 중요했다. 나중에는 가야금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경주도 두어 번 갔었다. 우륵의 가야금에서 한국의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던 젊은 피아니스트가 제1 바이올리니스트와 맥놀이를 주고받는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서 보았다, 이 천재와 같은 시간대를 살아서 행복하다, 나의 미약한 글도 누군가에게 조금의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에밀레, 에밀레야’를 통해 작은 것, 낮은 것, 잘 보이지 않는 것, 약자들에 대한 공감, 끝없는 사랑에 관해 쓰고 싶었다.

-철이란 어떤 소재인가? 또 좋은 산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차가움과 뜨거움, 겨울 아침 열차 손잡이의 그 서늘함, 여름 한낮 더위에 늘어진 철로…. 철은 두 극단의 성격을 갖고 있어서 글의 구성면에서는 쉬울 것 같다. 그러나 주제에 천착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철이라는 구체적인 소재에 글을 입히는 것이 추상적인 소재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옛날의 대장간에서 지금의 포철까지 우리 민족의 역사는 철기 문명과 항상 같이 있었다는 것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가 딱딱하게만 알고 있는 철이 지구의 내핵 쪽으로 들어가면 용융상태로 있다는 것도 나의 글쓰기를 자극한다. 좋은 글은 문체주의를 넘어서 감동과 울림을 주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잘 바른 갈치 뼈 같은 글을 보고 싶고 또 쓰고 싶다.

-문학 작품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문학은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를, 그러니까 한 사람을 얼마나 깊은 곳에서 이해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학의 장르는 그대로 보존되어야 한다. 청소년들은 해리포터와 판타지 소설에 열광하지만, 백 년이 지난 뒤 결국 살아남는 건 변하지 않는 인간 감성일 것이고, 종이책의 부활일 것이다.

-정식 등단하지 않은 아마추어 작가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아직은 습작기지만, 소설을 쓰고 있고 습작기가 긴 작가는 오히려 행복하다고, 저는 생각한다. 혼자인 것이 좋아서 내 친구는 까치와 구절초들이다. 가끔 다른 이의 말을 듣고 무엇을 써야겠다는 자극을 받기 위해서라도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할 것 같다. 먼 곳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움 너머 가까이에서 부대끼는 아름답지 못한 일도 있을 것이다. 열린 만큼, 자기가 느끼는 만큼의 감수성으로 그것들을 바라볼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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