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돌

폐기물에 씻겨나간 로봇을 훔쳐 온다 탯줄로 목을 조른다 양수를 마신다 검은 강이 흐르는 폐수처리장에서 능숙한 손으로 다리를 꺼내고 어깨를 누르고 머리통을 부수고

조각난 머리에 모자 씌운다

연못이 그려진 그림을 본다 작은 손을 만진다 발가락에 입맞춘다 갈비뼈를 빼내어 십자가로 만든다 창문 바깥으로 눈동자를 던진다 무럭무럭 자란다 나의 쇳덩어리

기계로 자연을 대체하고 막대한 폐기물을 양산하는 시대에서, 자연을 잃어버린 시인은 어디에 시의 닻을 내릴 수 있을까. 금은돌 시인은 폐기물에서 시의 ‘최초의 열매’를 찾는다. 아이를 낳는 과정과 역행하여, 그는 폐기물 속에서 로봇을 가져와 탯줄을 감은 후 양수를 들이마시고 그 로봇을 해체하면서 새로운 ‘쇳덩어리’ 아이를 낳는다. 이 역행 과정이 기계 시대에 정면으로 응전하는 시 쓰기일 수 있다는 듯이.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