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지 4일만인 지난 15일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김기현 대표체제를 신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여당에 당장 비대위를 꾸리기보다 김 대표를 주축으로 한 ‘차분한 변화’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전날 임명직 당직자 전원이 자의 반 타의 반 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총사퇴한 직후에 열린 의총이어서 당 대표 거취가 주목을 받았었다.

김 대표는 총선체제 전환을 위해 어제(16일) 신임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자를 서둘러 임명했다. 4·10 총선 공천의 실무 작업을 총괄할 사무총장에는 재선의 이만희(영천·청도) 의원을, 총선공약을 책임질 정책위의장에는 3선 유의동(경기 평택을) 의원을 임명했다. 이 총장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의 수행단장을 지냈지만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비윤계로 분류된다. 이외에 지명직 최고위원과 조직부총장, 여의도연구원장, 대변인 등 주요 당직은 수도권과 충청권 의원을 전진배치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수도권 위기론’을 실감했을 것이다. 한국갤럽이 보선 직후인 지난 12~13일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38.1%)이 국민의힘(33.9%)을 역전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6월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여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에서도 지지율이 51.8%에서 42.4%로 하락했다. 이번 선거가 ‘고작 구청장 한 사람 뽑는 작은 선거’가 아니라, 여느 선거와 마찬가지로 민심의 무서움을 여실히 증명한 선거였던 것이다.

김기현 대표는 “내년 총선승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만큼, 하루빨리 혁신적인 당 쇄신안을 내놓아야 한다. 총선을 책임질 주체는 당 대표인 만큼 대통령실만 쳐다보는 무기력한 태도는 버려야 한다. 유권자들이 깜짝 놀랄만한 공천 혁신과 정책개발을 해 내야 한다. 과거처럼 친윤 중심의 공천으로 당이 내분에 휩싸이면 내년 총선도 참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