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 시대, 인도네시아에서 해답을 찾다 (5)

포항시가 제3차 국가 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선정한 3대 첨단산업 가운데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선정됐다. 사진은 지난 7월 20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에코 프로 포항 캠퍼스를 비롯한 영일만 산단 일원의 모습.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포항시가 제3차 국가 첨단전략산업위원회에서 선정한 3대 첨단산업 가운데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선정됐다. 사진은 지난 7월 20일 포항시 북구 흥해읍 에코 프로 포항 캠퍼스를 비롯한 영일만 산단 일원의 모습.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세 제도 시행이 본격화됐다. EU는 탄소배출량에 따라 수출 품목의 세금을 매기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을 위한 전환기 가동을 지난 1일부터 시작했다. 전환기 가동에 따라 2025년말까지 EU 외 제 3국에서 생산된 시멘트, 전기, 비료, 철 및 철강제품, 알루미늄, 수소 등 6개 제품군을 EU에 수출하려면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산출해 EU에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이처럼 ‘탄소 배출량’이 무역시장 경쟁력 확보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표로 떠오르면서 산업계는 저탄소 생산 프로세스 개발, 저탄소 친환경 제품 개발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런 세계 산업계의 흐름을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탄소중립과 관련된 친환경 사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인도네시아는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글 싣는 순서

1. 포항 영일만의 기적, 인도네시아에 닿다
2. 이차전지 날개 단 인도네시아, 포항시 기회 찾으려면
3. 인도네시아와 포항 기업 간의 교류 현 주소
4. K기업문화, 인도네시아에 퍼진 한국기업 저력
5. 탄소중립 시대,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떻게

 

인도네시아, 206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

전기차 산업 등 신재생에너지 23% 확대

가스전·유전 보유 탄소저장공간도 풍부

한국 저장공간 연간 40만t으로 역부족

포스코, 해외 탄소 저장소 확보 협약 등

2050년 포항수소환원제철소 건설 계획

◇ 인도네시아 탄소중립 정책

인도네시아는 아세안(ASEAN) 국가 중 탄소배출량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 함께 아세안 국가 중 가장 선도적으로 탄소중립에 뛰어 든 국가이다. 인도네시아는 한국보다 다소 늦은 2060년까지 단계적으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탄소중립을 위해 2025년까지 인도네시아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3%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3천686기가와트(GW)에 달하는 동남아시아 최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력을 실현시키기 위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토지 확보 절차를 간소화하고, 유리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등 규제 장벽을 혁파하는 옴니버스법을 입안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가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전기차 비즈니스도 탄소중립 트렌드와 맞물려있다.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산업이라는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을 통해 탄소중립 시대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자국 탄소 배출 저감을 꾀하고 있다.

◇ CCUS, 국내 철강업계 ‘탄소’ 고민 해소하나

인도네시아가 탄소중립시대에 주목하고 있는 또다른 사업은 바로 ‘탄소포집 및 저장기술(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CCUS)’이다. 제철, 화력발전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분리, 포집해 저장하는 것이다. CCUS 기술은 탄소중립 실현의 가교가 되는 ‘브릿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2021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감축량의 14%를 CCUS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탄소포집 기술을 이용하면 대기중에 배출되는 탄소를 포집해 고갈 유전, 가스전 등에 수십~수백만년 저장할 수 있다. 탄소 포집, 운송, 저장 기술은 이미 어느정도 상용화돼 있고, 기술 성숙도도 높아 단기간 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인도네시아는 CCUS 사업을 추진하기에 최적지로 꼽히고 있다. CCUS 사업 추진 시 탄소는 주로 폐가스전, 폐유전에 저장되는데, 인도네시아는 수많은 가스전과 유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탄소 저장 공간이 풍부한 점을 활용해, CCUS를 활용한 수소·암모니아 발전 기술 개발을 발표하는 등 친환경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실제로 미국 석유기업 엑손모빌과 인도네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페르타미나가 진행한 공동 연구에 따르면 페르타미나 소유 석유 및 가스전에 10억 톤(t)의 잠재 탄소 저장 용량이 발견됐다. 한국의 경우, 이산화탄소 저장 공간이 부족해 탄소포집기술 활용이 제한적이다.

한국석유공사(KNOC) 주도로 동해가스전 저장소를 개발하고 있지만, 연간 40만 t 수준에 불과하다. 철강업계에서만 연간 탄소배출량이 1억t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에 많은 민간 기업들은 탄소포집, 저장, 활용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말레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탄소 저장소를 확보하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를 눈여겨보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국영가스공사인 ‘페르타미나(Pertamina)’와 탄소 포집 및 저장 사업을 추진하고자 협력하고 있다. 찔레곤에 위치한 크라카타우 포스코에서 50~250㎞ 떨어진 인근 해상에 고갈중인 유전과 가스전을 활용해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 계획이다. 포스코는 2030년부터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폐유전 및 가스전에 보관하는 실증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 E&S도 인도네시아 페르타미나와 MOU를 체결해 CCS 분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페르타미나는 미국 엑손모빌, 프랑스 에르리퀴드, 일본 미쓰이 등과 협업해 CCUS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유전, 가스전을 탄소 저장소로 활용할 경우 탄소를 가스전에 넣는 과정에서 유전과 가스전에 남아있는 석유, 가스 또한 완전히 추출해 사용할 수 있어 탄소 저장과 활용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포항시, 탄소 중립 시대에 생존하려면

포항시도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화두에 주목하고 있다. 포항시는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 먹거리 선점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포항시가 집중한 5대 신성장 사업은 이차전지, 수소, 바이오, 철강신소재, 미래기술 분야다. 이 중에서도 포항시는 탄소중립 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급부상하고 있는 이차전지와 수소 분야에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이차전지 분야에서의 성과는 뚜렷했다. 포항시는 빠르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예견하고 전기차의 심장인 이차전지 산업 유치에 총력을 다했다.

전국 최초로 배터리 규제자유특구 지정에 나선 결과, 지자체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우수 특구에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차전지 종합관리센터를 건립하고 관련 산업 육성 조례를 제정하는 등 이차전지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2023년 상반기에만 5조 5천억원의 기업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등 유수의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을 보유하고 있는 포항시는 올해 7월 이차전지 특화단지에 지정되며 지역 산업 구조 다변화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차전지 산업과 더불어 수소 산업도 포항시의 역점 사업 중 하나다.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예타조사를 전국에서 유일하게 최종 통과하면서 포항시는 친환경 수소경제 허브도시 비전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30년까지 수소 기업 70개사를 유치하는 등 수소 생산과 소비가 연결되는 수소도시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포항시의 계획이다.

핵심은 포스코의 포항제철소에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는 이미 생산 공정에서 부생 수소가 발생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이미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 일부를 포항철강공단 내 수요기업에 공급하는 배관 공사에 착수했다. 총 172억원을 투입해 포항제철소 수소공장에서 수소저장탱크를 추가 건설하고 수소공장부터 포항철강산업단지 구간(5.4㎞)과 제철소 산소공장부터 포항철강사업단지 구간(4.3㎞)에 배관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포항제철소가 수소환원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포항시에게 큰 기회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포항제철소에 수소환원제철 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추진에 따라 수소환원제철 설비 하이렉스 (HyREX) 3기, 전기로 1기, 제강공장, 수소저장설비, 원료저장설비 등이 신규 설치될 예정이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포항, 광양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포스코 자체 수소 수요만 연간 수백만t에 이르게 된다.

포스코는 자체 수요를 바탕으로 2050년까지 연 700만 t의 수소를 생산하는 수소 기업이 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막대한 양의 수소 수요가 예상되는 만큼 수소 관련 인프라도 빠르게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수요가 확보되고, 수소 공급, 운송, 저장 시설들이 들어서게 되면 연관 산업체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수소, 이차전지가 유망산업인만큼 많은 지자체들이 두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여러 지자체와의 경쟁 속에서 이차전지 산업이 포항에서 둥지를 틀 수 있었던 것은 이차전지 산업의 가치를 알아본 선구안과 빠른 행정력 덕분이었다. 아직 초기 단계인 수소산업이 포항에서 영글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인터뷰 포스코 인니 최부식 박사

“친환경 탄소중립, 탄소포집기술 중요”

인간이 오랜 기간 사용 해 온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를 개발한다는 것은 당연히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기술 개발을 기다릴 수는 없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기술이 개발될 때까지 지구에게 시간을 벌 기술이 필요하다.

지난 8월 31일 자카르타에 위치한 포스코 인도네시아 법인 사무실에서 최부식(51·사진) 박사를 만나 탄소중립 및 인도네시아 투자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 탄소중립 시대에 탄소 포집이 왜 중요한지 설명해달라.

△수소환원제철이나 신재생에너지 같은 기술은 기존에 탄소를 배출하던 산업의 생산 공정을 혁신해 완전히 탄소 배출을 없애는 것인 반면, CCS/CCUS 기술은 그대로 생산 공정을 유지하되, 배출하는 탄소를 포집해 격리해 이산화탄소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없애는 것이다. 전자는 원천적으로 탄소 배출을 없애는 혁신적인 기술이지만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CCS/CCUS 기술은 탄소 배출을 원천적으로 없애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장공간이 언젠가 고갈될 수 있는 등 제약이 있지만 단기간에 상용화가 가능하다. 국제사회에서도 CCUS의 탄소 중립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 EU는 그린 택소노미에 CCUS를 포함했고, 미국의 경우 IRA 법안을 통해 CCUS기업에게 세금 공제 혜택을 부여했다. CCUS를 탄소중립 핵심 수단으로 바라보고, CCUS 관련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동해가스전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 저장소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 탄소포집, 활용 기술만의 장점이 있다면.

△비교적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 이미 탄소 포집, 운송, 저장 등 주요기술은 상용화가 됐고 기술성숙도도 최고 수준이다. 고갈 유전, 가스전에 저장할 경우 수십에서 수백만년 동안 안정적인 저장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고갈돼 가는 가스전이나 유전에 이산화탄소를 투입하면 잔류가스나 석유를 추출할 수도 있다. 기존에는 물을 집어넣어 추출하는 방식이었는데 따로 잔류 가스, 석유 추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산화탄소 저장 과정에서 바로 자원을 추출할 수 있으니 경제적이다. 활용에 있어 여러 장점이 있어 포스코도 탄소포집기술을 눈여겨보고,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 한국은 아직 CCUS/CCS 기술 분야에 많이 주목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탄소 포집을 할 수 있는 저장소로 주로 폐가스전, 폐유전이 사용된다. 가스나 석유가 나오는 나라들이 탄소포집관련 사업을 하기 유리하다. 철강 산업 최초 CCUS 프로젝트를 추진한 곳도 아랍에미리트 최대 철강사인 에미레이트스틸이다.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와 함께 저장소를 개발해 연간 80만t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는 말레이시아가 각광받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말레이시아와 CCUS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와 삼성, SK, GS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이 추진하고 있는 셰퍼드 프로젝트는 한국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말레이시아로 이송해 저장하는 사업이다. 현대중공업도 페트로나스와 이산화탄소 운송체 연구 개발을 하고 있고, 한국전력공사와 포스코 등도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그 다음으로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도 산유국이기 때문에 폐가스전, 폐유전이 많다. 엑손모빌, BP 등 글로벌 석유 대기업 등이 총 15개의 CCUS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일본 정부가 CCUS 프로젝트 추진에 인도네시아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CCUS프로젝트 중 일본 정부 지원에 기인한 프로젝트가 40% 수준이다. 일본은 현재 2050년 연간 CCUS 저장량을 1.2~2.4억톤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가지고자본투자, 재무 지원부터 국가간 정책, 사업 협력 지원까지 다양한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 포스코는 인도네시아에서 어떻게 CCUS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가.

△크라카타우 포스코 인근 50~250㎞ 해상에 고갈중인 유전과 가스전이 다수 포진해있다. 가스전 운영 주체인 국영 석유기업인 페르타미나가 현재 여기서 엑손모빌과 CCUS 활용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환경을 활용해서 CCUS 허브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핵심은 운송비다. 한국에서 말레이시아에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운송하려면 해상으로 운송해야되는데, 운송비가 많이 소요된다.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가스전 인근에 위치해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운송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파이프라인을 활용하면 해송에 비해 획기적으로 운송비를 줄일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탄소 저장소를 확보하고 탄소포집기술을 활용하면 거세지는 탄소 중립 변화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탄소포집기술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슬라브를 한국에 공급할 수도 있고, 한국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해 이송해 저장하는 방안도 활용할 수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여러 기관들과 협력해 고민하고 있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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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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