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림

내 안에 고여 있던 어둠을

토해 내고 싶었습니다

검은 피, 검은 장기들을 비워 내면

무엇이 남을까요

그믐이 지났고

동쪽 하늘은 또다시 텅, 비었습니다

분명 눈을 감았으니

완벽한 어둠이 완성될 겁니다

너무 캄캄해서 외롭습니다

당신은 무사합니까

우리 모두, 어둠을 품고 살고 있지 않는가? 하여, 진실된 안부는 “당신은 무사합니까”라는 말일 수 있다…. 시인은 토해내고 싶은 어둠-“검은 피, 검은 장기들”과 같은-이 있다고 고백한다. 그렇게 토해내고 남은 마음은 ‘동쪽 하늘’처럼 “텅, 비”어 있을 터, 이에 눈을 감으면 “완벽한 어둠이 완성”된다. 텅 빈 마음이 완전히 캄캄해질 것이기에. 삶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이 ‘완벽한 어둠’을 통과해야 하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