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을 그리다 어반 스케치 여행
⑨ 내연산과 보경사

내연산 비선대

태백 구봉산에서 솟구친 낙동정맥이

청송 주왕산을 거쳐 남하하다가

동해안 쪽으로 뻗어가 솟은

속이 깊은 산

보경사 일주문을 지나 계곡을 따라 걸어가면

억겁의 세월이 느껴지는

수직의 단애(斷崖)가 나타나고

그 사이로 드러나는 폭포와 소(沼)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산의 절경에 마음을 빼앗겨

계곡의 바위 곳곳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고

숙종은 붓을 들어 시를 써 내려갔다.

 

연산폭포
연산폭포

봄잠에 날 밝는 줄 알지 못하다

곳곳에 새 우는 소리 듣게 되었네

밤새 비바람 소리 들려왔으니

꽃들은 얼마나 지고 말았나(*)

산에는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큰 울음을 토해내는 폭포가 있으니

십이폭포 중 으뜸가는 연산폭포,

눈을 감고 그 소리에 잠겨 있으면

세속은 저 멀리 물러선다.

 

보경사 입구
보경사 입구

천 년의 시간이 서려 있는 보경사

고즈넉한 뜨락에 서서

내연산 능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절이 산이고 산이 절임을 깨닫는다.

(*)당나라의 시인 맹호연의 「봄날 아침(春曉)」 - 글 : 김재건(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

최수정

197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포항에서 성장했다. 계명대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개인전 6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초대전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현상회·계명회 등의 회원이며 포항에서 갤러리m을 운영하고 있다. ‘호미곶 이야기’·‘비밀이 사는 아파트’· ‘꿈꾸는 복치’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