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정 부국장대우
윤희정 부국장대우

2017년 이후 6일이라는 가장 긴 추석 연휴를 보냈다. 전국이 모처럼의 고향 방문에 즐거운 표정을 짓는 가족 단위 귀성객들로 내내 활기가 넘쳤다. 전통시장은 추석선물이나 차례 용품을 사려는 지역민들로 붐볐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푸근한 인심을 나눠야 할 시간에, 존속 간 다툼과 살인이 벌어지는 안타깝고 딱한 뉴스도 접할 수 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관계는 오묘하고 복잡하다. 서로 다른 모양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것이 원인일까.

머슬러는 인간은 본능적인 욕구를 갖고 태어난다고 했다. 욕구는 인간을 성장하고 발달하게 하며, 인간 자신을 실현시키고, 성숙시키는 원동력이 된다고 했다. 심리적 건강과 성숙을 향한 인간의 잠재 능력은 태어날 때부터 갖추어져 있다는 얘기다.

반면에 천주교 교리는 ‘인간 성숙은 그 시초부터 완성된 형태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삶의 한순간 갑자기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수용의 자세로 끊임없이 추구하는 이상적 목표로서, 지속적이고 점진적인 과정을 필요로 한다. 결국 인간의 삶은 성숙을 위한 여정에 있을 뿐’이라고 했다.

인격은 인간 성숙에 기반한다. 인성, 성품, 품성, 성격, 기질, 개성, 사람됨 등으로 설명되는 인격은 개인이 자기 자신을 유일한 특정적인 자아로 생각하는 작용이자 자아의식이다. 브리태니커 세계 백과사전은 ‘인격적인 사람’을 도덕적 행위의 주체이자 진위, 선악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자율적 의지를 지닌 존재로 정의하면서 성격에 도덕을 추가한 것이 인격이라고 했다.

성숙한 나의 실현은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을 겸허하게 긍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인격적으로 균형 잡힌 사람은 바로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능력을 개발할 줄 아는 사람이다.

인간은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에게 주어진 건강과 행복은 간과하고 각종 질병과 불행에 괴로워한다. 그것이 단지 외생변수 때문이 아니라 만약 자신의 가치 상실이나 성격상의 문제라면, 개인의 정체감 확립이 당면과제다.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든지,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름 속을 방황하는 이상주의자처럼 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주변인들에게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는 외로움과 불안과 괴로움에 빠질 때도 있다. 그런 가운데 자신의 모습을 묘사해주는 명료한 언어들을 만나게 되면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막연하고 모호하기만 했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된다.

가을이 깊어간다. 요즘 서점가를 휩쓰는 ‘슬로 텐션(slow tension)’ 소설도 좋고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하는 에니어그램 관련 도서도 좋다. 나와 이웃, 더 나아가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직관학으로 변화와 성숙이라는 삶의 묘미와 진수를 경험하게 하는 에세이들도 괜찮다. 그런 책들은 읽을수록 마음을 편하게 한다. 분주한 일상도 내려놓고, 긴장도 풀고, 나만의 삶의 속도를 되찾아 줄 한 권의 책을 손에 쥐어보는 여유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