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 시대, 인도네시아에서 해답을 찾다 (4)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산업부 PIDI 센터에서 포스코와 인도네시아 산업부 산업인력개발청이 철강산업 현장인력 육성 협력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공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산업부 PIDI 센터에서 포스코와 인도네시아 산업부 산업인력개발청이 철강산업 현장인력 육성 협력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공

인도네시아가 하나의 ‘테스트베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네시아 시장의 잠재력이 높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전기차 허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허브가 되기 위한 자원, 노동력, 시장성은 풍부하지만 기술력은 다소 부족하다. 자력으로 전기차 허브로 거듭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에 전기차와 관련된 많은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투자 유치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전기차 분야에 일찌감치 뛰어들어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전기차와 관련된 밸류체인 전체를 갖추고 있는 나라가 드물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는 해외 한 거점에서 꽃을 피워야 한다. 인도네시아가 그런 꽃을 피울 거점이자 기회의 땅이다.

글 싣는 순서

1. 포항 영일만의 기적, 인도네시아에 닿다
2. 이차전지 날개 단 인도네시아, 포항시 기회 찾으려면
3. 인도네시아와 포항 기업 간의 교류 현 주소
4. K기업문화, 인도네시아에 퍼진 한국기업 저력
5. 탄소중립 시대, 인도네시아에서는 어떻게

 

철강 생태계 조성 위한 ‘상생 펀드’… 중소 협력사·공급사·고객사 유동성 확보 도움

‘꿈꾸는 어린이집’ 개원… 현지 직원들의 육아 부담 덜기 위한 보육시설도 큰 호응

고로·제강공정 부산물 ‘슬래그’ 자원화… 시멘트·콘크리트 원료, 비료로도 쓰여

◇ 제2의 내수시장, 아세안

포스코는 아세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이미 저성장 국면에 돌입한지 오래된 내수 시장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등으로 아세안 국가의 가치는 더욱 더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은 현지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만해도 일대일로 정책을 바탕으로 자동차, 철강업계, 니켈 등 다양한 분야에서 M&A와 합작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풍부한 자원, 2억7천만명의 인구에서 비롯되는 거대한 시장 규모로 인도네시아에 전세계의 투자가 몰리고 있다. 2022년 인도네시아 외국인투자(FDI) 규모는 456억달러로 2021년보다 44% 증가했다.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경제가 급격히 성장한다는 것은 철강업체에게 큰 기회다. 산업·인프라 투자에는 반드시 철강 수요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6개국은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4% 가량 조강 수요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미 철강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국가다. 포스코는 이러한 적기를 놓치지 않고 있다.

◇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 성장의 기회

지난해 포스코는 행정수도를 자카르타에서 누산타라로 옮기는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MOU를 인도네시아 정부와 체결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사업은 오는 2045년까지 보르네오섬에 350억달러(50조원)을 투입해 서울 면적 4배 넓이(2천560㎢)의 스마트 시티를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건설 부문을 비롯해 신수도 사업 건설에 필요한 철강재는 약 900만t 규모다. 포스코로서는 엄청난 철강 수요가 이미 확보된 셈이다. 전기차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비전 또한 크라카타우 포스코에게 또다른 기회다. 2기 건설을 통해 조강 생산 능력은 물론, 냉연, 도금 생산 라인을 확보하게 되면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동남아시아 유일의 고급강 생산 가능 일관제철소로 거듭나게 된다. 고급강 생산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내 전기차 생산 기지에 전기차 강판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인도네시아 정부 입장에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소재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지면 완성차 업계의 투자를 이끄는 것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크라카타우 포스코 직원들과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공
크라카타우 포스코 직원들과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공

◇ 인도네시아의 중심에서 K-기업문화를 알리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에서의 사업을 ‘장기전’으로 보고 있다. 저임금 신흥국의 생산기지로서의 이점만 바라보는 것이 아닌, 미래의 유망 시장이자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포스코의 아성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한 전략적인 파트너로 인도네시아를 바라보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크라카타우 포스코를 좋은 일터로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노력도 그런 시각에서 시작된 것이다. 특히, 최근 포스코는 동반성장을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에 철강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BK 인도네시아와 함께 조성한 ‘철강생태계 상생 펀드’가 바로 그것이다. 포스코는 이미 한국에서 ‘철강ESG상생펀드’를 조성해 중견·중소기업에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철강생태계 상생펀드도 유사하다. 크라카타우 포스코의 협력사·공급사·고객사에 시중금리보다 2%p 낮은 금리로 총 1천만불까지 무담보 대출을 지원한다. 담보대출이 일반적인 인도네시아에서 무담보 저리 대출인 철강생태계상생 펀드는 중소 협력사·공급사·고객사 유동성 확보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인재 육성에도 큰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29일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산업부 PIDI 센터에서 인도네시아 산업부 산업인력개발청과 철강산업 현장인력 육성 협약을 맺었다. 인도네시아 산업부 산하의 기술대학교와 특성화 고등학교에 포스코 기업 문화·한국어 과정 등이 포함된 철강산업전문과정을 신설, 3년간 이론 교육과 현장실습 후 우수 졸업생을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에 우선 채용하는 것이다. 크라카타우 포스코는 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및 현장 실습을 지원한다. 포스코는 크라카타우 포스코에서 경험을 쌓은 우수 인재를 한국으로 보내 한국 철강 산업계에 다가오고 있는 인력난을 해소하는 것 또한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현지 근무 환경도 가족 친화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월 찔레곤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 인근에 직장내 어린이집과 유사한 ‘꿈꾸는 어린이집’을 개원했다. 부족한 보육시설로 보모를 고용해야하는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육시설을 조성한 것이다. 어린이집은 특히 육아 부담으로 장기 근속이 어려웠던 여성 직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문 육아교육기관에 위탁해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보육환경도 우수하기 때문이다.

제선부 원료소결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은 “인도네시아에는 직장 내 어린이집이라는 게 흔치 않고, 가정 보육을 하는 게 일반적이라 아이가 있는 어머니들은 회사를 다니는 게 쉽지 않다”며 “믿을 만한 어린이집에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건 큰 장점” 이라고 설명했다.

“탄소중립 위한 그린스틸 생산체계 구축”

 

포스코  인니 김광무 법인장
포스코 인니 김광무 법인장

인터뷰 포스코 인니 김광무 법인장

날씨부터 문화까지 모든 게 다른 타국에서 일을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특히 자카르타와도 거리가 먼 찔레곤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경우도 많다. 쉽지 않은 타국살이를 감수하고, 산업 현장을 지키며 인도네시아, 나아가 아세안에 한국 철강의 위용을 알리는 이들이 있다.

지난달 29일 자카르타에 위치한 포스코 인도네시아 법인 사무실에서 김광무 법인장<사진>을 만나 인도네시아에서의 계획에 대해 들어 봤다.

- 인도네시아라는 국가를 포스코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포스코그룹은 배터리소재부터 전기강판, 자동차 강판까지 전기차 산업에서 필수적인 소재들을 두루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가 가진, 포스코그룹이 가진 장점을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통해서 시장을 넓혀 한국에서 갖춘 역량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포스코그룹의 전기차 밸류체인의 가치가 글로벌로 실현될 수 있는 좋은 시험장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포스코가 가동 초반에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극복했고, 앞으로 어떻게 실적을 개선해 나갈 계획인지.

△해외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것 자체가 ‘가보지 않은 길’이었기에 포스코에겐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포스코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고, 그 과정에서 위기를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기업이다. 포스코의 탄생부터가 ‘불가능을 향한 도전’ 아니었는가. 해외에서 처음 고로를 가동해 보는 것이었고, 생각보다 시장 확보도 어려워서 힘든 시간이 분명히 있었다. 특히 반제품인 슬라브와 후판 두가지 제품밖에 팔 수 없었던, 제품 포트폴리오의 한계가 있었다. 원가 절감, 내수 판매, 수익성 개선을 위해 노력을 정말 많이 했고, 파트너사와 협의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지난해 파트너사와 협의 끝에 열연공장 현물 출자를 받아서 열연공장 가동을 시작하면서, 수익성이 많이 안정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0년간 쌓은 경쟁력이 이제 정말 빛을 발하지 않을까 싶다. 내부적으로 조금 더 좋은 경영환경을 만들기 위해 2기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아세안 전체로 보면 철강 공급이 약 6천만 톤 정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 곳에서 메인 플레이어가 되어서 아세안을 내수 시장처럼 키워갈 것이다.

- 추가 설비투자 계획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

△2016년에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과 함께 ‘찔레곤 1천만 톤 철강 클러스터’를 만들기로 선언을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파트너사인 크라카타우스틸과 함께 40억달러를 투입해 2기 투자를 진행했다. 자동차강판을 포함해 600만 톤의 철강을 생산하는 3자 MOU를 맺었다. 아직은 밑그림 단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3기까지 증설해서 탄소중립을 기반으로한 1천만 톤 체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2기까지는 기존 포스코가 강점을 가진 고로 기반의 제철소를 만들었다면, 3기부터는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기술인 하이렉스(HyREX)를 기반으로 한 제철소를 만들고자 한다. 인도네시아 같은 경우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을 실현시키기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2기까지는 고로 체제를 유지하되 CCUS 기술을 바탕으로 탄소 배출을 상쇄하고, 3기부터는 수소환원제철기술을 도입해서 그린스틸 생산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 인도네시아에서 포스코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끊임없는 혁신’ 이라고 생각한다. 철강이 무너지면 철강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의 관련 산업들도 휘청인다. 그런 사명감에서 포스코는 언제나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해왔다. 이런 포스코만의 ‘혁신 문화’가 인도네시아에서도 이어지고 있고, 현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번 건설한 설비에 의존해 조업을 하는 것이 아닌, 일상 업무에서 설비 혁신 활동을 지속해 안전, 환경을 개선하는 QSS 혁신활동을 통해 내부 경쟁력을 계속해서 높이고 있다. QSS 혁신활동을 현지 고객사, 파트너사에도 전수해 포스코만의 K-기업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혁신 활동이 인도네시아 현지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부산물 자원화 사업이다. 고로, 제강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슬래그’는 시멘트, 콘크리트의 원료, 비료로도 쓰인다. 시멘트를 제조할 때 탄소가 발생하는데, 슬래그를 재활용해서 쓰면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장점이 있다. 슬래그를 활용한 비료의 경우 규산질이 필요해 산성화된 토양의 토질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비료 또한 산성화 된 땅이 많은 인도네시아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슬래그를 인도네시아 현지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철강생산도 중요하지만, 이런 철강생산에 따른 부수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고민하고, 혁신하는 태도가 크라카타우 포스코가 가진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이부용기자 lby1231@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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