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시안미술관 개관 20주년 특별전 ‘타불라 라사 : 하얀 방 展’ …11월 19일까지
권오봉·이배 등 12명 작가 참여
회화·사진·조각 등 다양한 장르
“관객은 검은색 상의” 전시장도

영천 시안미술관 특별기획전‘타불라 라사 : 하얀 방’전 모습. /시안미술관 제공

영천 시안미술관(관장 변숙희)이 지난 9일부터 오는 11월 19일까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미술관 전관에서 ‘2023 ARKO(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 공간지원’사업 선정작 ‘타불라 라사 : 하얀 방’ 특별기획전을 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대한민국 현대미술의 진정한 가치와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관람객과 공유하고자 기획됐다. 시안미술관의 지난 20년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나타내기도 하는 기획전이다.

이번 전시는 권오봉, 김호득, 민재영, 박세호, 박창서, 박철호, 신경철, 심윤, 유주희, 이배, 좌혜선, 홍성덕 등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으로 주목받은 회화, 사진, 서예, 조각 등의 다양한 장르와 개성 있는 표현기법을 경험할 수 있는 12명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됐다.

타불라 라사(Tabla Rassa)는 라틴어로 ‘비어있는 석판’이라는 의미로서 철학자 존 로크(1632~1704)가 자신의 인간의 본성이 원래 깨끗하다는 사유를 표현하기 위해 인용했다.
 

이배 作
이배 作

이번 전시는 이렇게 깨끗하게 비어있는 하얀 방 즉 미술관 전시 공간을 타불라 라사에 비유하고, 이를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한국의 ‘여백’이라는 개념을 이어 공간과 예술 그리고 관객이 하나의 맥락 안에서 어떤 경험적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를 이루는 하얀 방에는 검은색 무채색 작품만이 걸려 있고, 시안미술관은 관객에게 검은색 상의만을 입고 오기를 제안해 결국 전시장에는 검은색만이 존재하게 된다.

결국 전시는 이러한 상황을 마주함에 있어서 검은색이라는 단편적 공통점을 볼 것인지, 작품과 관객이 가지는 경험적 서사를 읽을 것인지를 제안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시안미술관 박천 큐레이터는 “오늘날 한국은 K-컬처라는 상위 카테고리 속에 미술계 역시 K-Art라는 이름 아래 여러 아트페어에서 가벼운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다. 미술은 각각의 작품이 어떤 전통을 따르는지 혹은 어떤 철학을 가지는지에 따라 맥락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것들에 대한 구분 없이 K-Art라는 이름 아래에 들어가게 된다면 오히려 한국미술의 진면목을 드러내지 못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김호득作
김호득作

시안미술관은 ‘타불라 라사 : 하얀 방’ 전시를 통해 미술을 넘어 다양한 문화에 대해 더욱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정의하는 것이 더욱 새롭고 다채로운 형태로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화두를 던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로 개관 20주년을 맞은 시안미술관은 오는 10월 19일 오후 3시 ‘개관 20주년 기념식’과 특별전 설명회, 기념음악회 개최 등 관람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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