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총예술감독

오는 22일부터 11월 5일까지 대구는 세계 사진계의 중심이 된다. 한국 사진사(寫眞史)를 이끈 리얼리즘 사진가를 여럿 배출한 사진의 도시 대구시가 국내 최대 사진 축제로서 한국 3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가 대구시 주최로 개최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첫 행사 이후 처음으로 총예술감독 체제로 전환해 전체 주제의 담론을 일원화하는 등 글로벌 아트 피플을 맞이할 채비에 나섰다.

비엔날레를 총괄하는 박상우 총예술감독(서울대 미학과 교수·사진)을 만나 기획에서부터 주요 전시까지 행사에 대한 전반적인 과정을 들었다.

-국내 유일의 사진비엔날레인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총 예술감독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EHESS)에서 사진미학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 동강사진상 심사위원, 호암예술상 추천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사진학회 운영위원, 현대미술사학회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한, ‘폐기된 사진의 귀환: FSA 펀치 사진’, ‘다시, 사진이란 무엇인가’, ‘로드첸코의 사진전’ 등의 전시회를 기획한 전시기획자로서, ‘뉴모노크롬: 회화에서 사진으로’ 등의 개인전을 한 사진작가로서, ‘롤랑바르트의 밝은 방’ 등의 저서를 저술한 사진학자로서 전시기획, 작품활동 그리고 사진 연구를 함께하면서 다방면에 활발히 활동해 왔다. 대구시에서 이런 제 과거 활동 경험과 전문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예술감독을 맡겨주었다고 생각한다.

-‘다시, 사진으로!’가 주제다. 의미는 무엇인가.

△대구는 오래전에 한국 사진의 전통을 세워 그 전통을 지금까지 간직해온 유서 깊은 문화도시다. 사진의 본고장인 대구에서, 첨단 이미지 기술의 도래로 약해지고 있다고 여겨진 사진 본래의 예술적 힘과 에너지를 재발견하는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이번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회화, 언어 등 다른 매체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사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사진적인 사진’을 다룬다. 이를 위해 동시대 비엔날레를 휩쓸고 있는 거대 담론인 사회정치, 생태, 재난, 디아스포라, 소수자 등에서 벗어난다. 대신, 사진 매체의 세 요소인 빛, 장치, 인간이 현대 시각예술에서 발휘하는 경이로운 예술적 표현능력에 주목한다. 1990년대 이후 현대 시각예술에서 잊혔다고 오해된, 사진의 놀라운 능력과 진정한 ‘힘’을 사진의 본고장 대구에서 다시 소환하고자 했다.

-메인 전시랄 수 있는 주제전과 특별전에서 특별히 강조된 작품 또는 특별히 눈여겨보아야 하는 작품이 있다면.

△주제전인 ‘사진의 영원한 힘’ 전시는 사진의 특성에 기반한 동시대 작품 중에서도, 특히 사진의 원초적인 힘과 에너지가 강력하게 드러나는 작품에 주목한다. 예컨대, 시공간적으로 인간의 감각을 초월하지만, 카메라에는 포착되는 이미지를 선보일 것이다. 눈에 겨우 보이는 작은 대상을 전시장 벽의 크기로 확대한 사진, 혹은 폭발하는 사물의 파편들을 순간 포착한 사진 등을 제시한다. 이런 이미지를 처음 본 사람은 우선 인간의 눈이 결코 체험하지 못한 시각적 스펙터클에 압도당한다. 하지만 우리는 단지 새로운 시각적 충격이나 쾌락만을 경험하지 않는다. 더불어 사진의 다양한 특성을 깨닫고, 사진의 놀라운 마력(魔力), 에너지, 힘도 몸소 체험할 것이다. 나아가 사진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인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천천히 생각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결국, 이 전시는 보는 전시이자, 동시에 ‘사유하는’ 전시이다. 사진이 자신을 사유하는 전시. 이런 의미에서 이 전시는 ‘미학적(aesthetic)’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행사에 거는 기대는 무엇인가.

△행사를 통해 사진 예술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가치가 보다 많은 관람객에게 잘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1세기 첨단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술이 오늘날 이미지 영역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사진 ‘자체’와 ‘본성’에 대한 담론 형성에 한국이 주인공이 되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내 사진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최근 한류의 인기로 다양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높아진 세계인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경험을 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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