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을 그리다 어반 스케치 여행
⑥ 형산강

형산과 제산 사이로 흐르는 형산강.

한 프랑스 소설가가 그랬다지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는다고.

새들이 어디에 가서 죽는지 나는 모르지만

새들이 와서 사는 곳은 이곳 형산강인가 봅니다.

백로, 왜가리, 물수리, 흰꼬리수리,

흰뺨오리, 흰비오리, 청둥오리, 홍머리오리…….

형산강 위로 날아오르는 새들을 보고 있자면

이곳을 날아오른 것이 새들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 옛날 형산과 제산이 하나였을 무렵

형님산과 아우산이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눈물에

고을이 물에 잠기고 백성이 비탄에 잠겼다지요.

 

형산강 물빛마루에서 수상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형산강 물빛마루에서 수상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

임금님 눈물로 치성드려

형님 아우 가르고 용으로 날아오르실 때

눈물 호수 마침내 형산강 되어 쏟아질 때

그 변하신 옥체 올려다보고

“용이다!” 부르던

작은 아이 하나

우리가 그 아이의 먼 후예일진대

용이 되신 임금님 지금도

형산강 위를 날고 계시겠지요.

임금님

지금 저희는 잘살고 있습니다.

더는 큰물 때문에 눈물 흘리지 않으며

물가를 거닐고 물 위에서 함빡 웃으며

형산강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 그렇게 말하는 듯이

오늘도 형산강에는

새들이 날아오르고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형산교 아래로 흐르는 형산강.
형산교 아래로 흐르는 형산강.

글 : 이가은(서울대 국문과 박사 수료)

임주은

1982년 포항에서 태어났으며 대구가톨릭대 공예과를 졸업했다. 개인전 2회를 비롯해 다수의 단체전과 아트페어에 서양화 작가로 참여했다. 현재 포항문화재단 이사, 포항청년작가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국미술협회 포항지부, 경북청년작가회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