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금초

전라도 막막한 골 땅끝 외딴 섬은

날궂이 바람 불고 우 우 우 바다가 울면

함부로 보이지 않는 신기루로 떠오른단다.

세월도 뒷짐 지고 저만큼 물러선 자리

밀물에서 부대껴서, 썰물 북새에 떠밀려서

유배지 무지렁이 땅에 뿌리 뽑힌 질경이다.

(중략)

먼 데서, 가까이서 덩치 큰 해일 다가서고

외나무 상앗대로 죄구럭 식솔들 거느리는

소금기 쓰라린 생애, 파도타기 목숨을….

“땅끝 외딴 섬”이 있다. 남에게 “함부로 보이지 않는” 이 섬은 “땅에 뿌리 뽑힌 질경이”인 “유배지 무지렁이”의 희망-‘신기루’-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섬이다. 특히 이 섬은 “바람 불고 우 우 우 바다가 울”때 떠오른다. 희망은 고난과 슬픔이 삶을 뒤덮을 때 더욱 절실해지기에. 이 섬이 떠오른다는 것은 어떤 징조이기도 하다. “덩치 큰 해일이 다가서고” 있다는 징조. 이 해일이란 혁명을 가리키는 것 아니겠는가.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