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환

가을이 깊어가는 아침

사람들은 두터운 옷으로 갈아입었고

이웃집 감나무에 매달린 감들은

쌀쌀한 바람에도

더 둥글고 환한 표정을 지으려 애쓰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길이 자신의 볼을 쓰다듬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얼굴 속으로

눈길을 잠시 집어넣으며

옷깃을 여미는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오래전에 떠나온 고향 마을

우물도 부쩍 깊어지고 있으리라

깊어가는 가을의 아침, “쌀쌀한 바람에도” ‘이웃집 감나무’의 감들이 “더 둥글고 환한 표정을 지으려 애쓰”고 있다. 시인은 그 표정에서 “누군가의 손길이 자신의 볼을 쓰다듬어 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느끼고, 이 간절함이 드러내는 삶의 숙연함에 “옷깃을 여미는 마음”을 생각한다. 이때 그가 “오래전에 떠나온” 고향의 우물을 떠올린 것은 고향 손길이 자신의 볼을 쓰다듬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