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리

그때 내 뒤에서 솜뭉치가 날아왔다

솜뭉치는 앞에서 여러 솜들로 흩어졌다

가여워, 모여 있는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낸 목소리를 녹음했다

거리를 딛는 발은 차가웠다

언제나 너를 짓누르는 것은 배낭이나 중력이 아니었다

손을 맞잡으면 우리는

점등될 세계를 기다렸다

너는 너의 꿈에서 넘어진 나를 일으켰다

함께 가야 할 곳이 있다고 했다

손을 들었다

계속 흔들었다

사고가 난 것일까? “뒤에서 솜뭉치가 날아”오고, “모여 있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낸 목소리를 녹음했다”고 하니. 화자는 히치하이킹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여하튼, 비록 “너의 꿈에서”이지만, “함께 가야 할 곳이 있다”며 ‘너는’ “나를 일으켰”고, 둘은 함께 손을 “계속 흔들”며 히치하이킹을 한다. 그곳은 어디인가? ‘점등될 세계’다. 더 이상 “너를 짓누르는 것”이 없는, 따듯한 발로 거리를 딛을 수 있는 세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