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분노란 자신의 이익이 침해당했거나 부당한 위협에 처했을 때 생기는 개인의 부정적 심리 상태다. 종교적으로 분노는 최악의 행위로 꼽힌다. 그러나 인간의 본능이기에 잘 다스려야 한다고 가르친다.

특별한 이유없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며 공격하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가 그간 너무 무심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지난 21일 서울 신림역 일대에서 벌어진 30대 남성의 칼부림 사건은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광폭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를 충격에 빠뜨렸다.

‘묻지마 범죄’는 학술적으로 표현하면 동기가 없는 범죄다.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상관관계가 없다. 범죄 동기도 없고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저질러지는 특성이 있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사회에 대한 분노가 공통점으로 숨어있다. 그래서 범죄에 대한 대비가 어렵다. 또 착하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도 어느 날 갑자기 이런 범죄의 희생자가 될 수 있어 황당하고 잔혹한 범죄다.

2001년 일본 오사카 어느 초등학교에 난입한 30대 남성이 칼을 휘둘러 8명이 사망하고 15명이 크게 다쳤다. 숨진 사람은 모두 초등학교 1,2학년생. 범죄자는 “많은 사람을 죽여 길동무하고 싶다”고 말해 당시 일본도 큰 충격에 빠졌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범인은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무엇이 그를 이렇게 분노하게 만들었는지 우리 사회가 되돌아볼 때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사이코패스 범죄 예방도 국가 책임”이라 했지만 대비책이 언제 나올지 막연하다. 이 사건 후 휴대용 호신용품을 찾는 이가 늘었다는 데 이것이 우리의 해법은 아닐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