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중

나는 묻는다

잠자리 겹눈에 비친 노랑말의 시체를

옅은 초록의 엽맥 사이로 지나가는 햇살과 바람을

2020년 9월 17일 2시를 향해 밀려오는 눈부신 회한을 덜 여문 옥수수를

저기 걸어오는 비밀스러운 남녀의 속눈썹을 진자주 셔츠와 원피스를

범나비 날개 위에서 도는 회오리를 막 태어난 구름의 배꼽을

주영중 시인이 후대에 전하고자 ‘타임캡슐’에 넣어 묻는 것들은 특이하다.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거나 아주 작아 잘 감지되지 않는 것들이다. “잠자리 겹눈에 비친 노랑말의 시쳬”나 “엽맥 사이로 지나가는 햇살과 바람” 등…. 이것들은 시적인 촉수로만 포착되는 것들 아닌가. 하여 시심을 촉발하는 것들 말이다. 그러니, 그가 타임캡슐에 넣는 것은 시의 근원이라 하겠다. 후대인들도 시를 쓸 수 있도록.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