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봄희

묵은 펄펄 끓는 것으로 살고

차갑게 식으면서 죽는다

어디에 부어지든 그곳이 관이다

관의 형상으로 굳으므로

그에게 생전의 모습이란 없다

단 하나의 뼈도 없으면서

야들야들 골격을 유지한다

(중략)

풋 여문 알들, 우리들의 공복은

진하게 무르익을 때를 기다렸다

구부러지고 늙은 뼈를 화장한 뒤

묵 한 사발 시켜놓고

컬컬한 울음의 뒤끝을 꿀꺽꿀꺽 삼킨다

죽은 목숨이든 산 목숨이든

젓가락 사이에서 묵은 생물이다

(후략)

위의 시에 따르면, 묵은 “관의 형상”, 죽음 자체의 상징적인 형상이다. 그러나 묵은 뼈가 없는 죽음이어서 “야들야들 골격을 유지”한다. 마치 ‘생물’ 같이 흔들거리고 물컹한, 그래서 먹을 수 있는 죽음. 우리가 누군가를 화장한 뒤 묵을 먹는 행위는 죽음을 먹는 것과 같다. 그 행위는 누군가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는 의식이다. 하여 화장터의 우리는 묵 앞에서 “컬컬한 울음의 뒤끝을 꿀꺽꿀꺽 삼”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