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영

나는 이 사랑이 시작되기를 원합니다.

나는 시원한 물 한 잔을 원합니다.

나는 낯선 마음의 주름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을 원합니다.

친구가 불러준 노래처럼, 우리의 머리 위로 푸른 하늘이 있기를

그 하늘 아래 배고픔도 욕심도 없기를 원합니다.

나는 봄에 죽기를 원합니다.

나는 첫눈 오는 날 죽기를 원합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잊지 않기를 원합니다.

나는 음악이 시작되기를 원합니다.

나는 글이 써지기를 원합니다.

(골목에서 튀어나온)

죽음이 나를 원하기 전에. (부분)

무엇인가 욕망하고 있다는 데에서 나의 살아있음은 증명된다. 시인에 따르면, 푸른 하늘과 물 한 잔과 음악을 원할 때 나는 살아있다. 나아가 삶은 사랑이 언제나 시작되는 삶을 살기를, 그래서 “낯선 마음의 주름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을” 가져 “글이 써지기를” 원하며, 죽음마저도 자신이 원하는 때 다가오기를 원한다. 죽음은? 그것은 “죽음이 나를 원”할 때, 죽음의 욕망에 사로잡힐 때 돌연 튀어나오는 무엇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