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원

참새가 총 든 허수아비 머리에 앉아

똥 싸고 날아간다

그래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오히려 벌써 그리운 듯

새가 날아간 파란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흰옷 입은 ‘사람의 아들’ 앞에서

마을 원로인 벼들이 머리 숙인다

폭력의 위협에 아랑곳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허수아비가 든 총이 진짜 총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가. “참새가 총 든 허수아비 머리에 앉아/똥 싸고 날아”가버린다. 그런데 정작 사람이 새를 위협하기 위해 만든 허수아비는 날아간 새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아닌가. 허수아비는 사실 ‘평화주의자’였고, 그래서 총도 쏘지 않았던 것. “마을 원로인 벼들”만이 이를 알아채고 허수아비 앞에 머리 숙이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