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숙월

겨울 막바지, 설한의 추위가 봄을 막아선 어느 날 소년이 물었습니다 “춥지, 그래도 봄은 곧 오겠지?”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소녀가 대답했습니다 “너는 언제나 따스한 봄이야” 농담도 해석으로 더욱 빛나기도 하는 것이어서 소년의 얼굴엔 잠시 홍조가 번졌습니다 소년은 그만 봄을 자기 것으로 지키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소년과 소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소년은 소녀의 따스한 농담 한마디에 하늘을 나는 꿈을 꾸어보는 것입니다

소녀가 소년에게 한 “너는 언제나 따스한 봄이야”라는 말은, “소년의 얼굴”에 “홍조가 번지”도록 한다. 소년과 소녀 사이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기에 그 말은 농담이었지만, 그 농담은 소년이 수줍게 미소 짓게 하고, “봄을 자기 것으로 지키고 싶은 욕심”을 갖게 만들며, “하늘을 나는 꿈을 꾸어보”기 시작하도록 이끈다. 농담은 소년의 마음, 나아가 그의 삶 자체를 변화시키는 ‘따스한’ 선물이었던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