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후

똑같이 생긴 사람을 보면 머지않아 죽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가 나를 알아보고 먼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무척 자연스럽군

무언가를 기다리듯 그가 내 앞에 서 있다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고 있다

안경을 추켜올리는 손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오래 살기를 바란다

시인이 말하듯이 자신의 분신을 만나면 “머지않아 죽는다”고 한다. 시인은 분신을 만나게 되었는데,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니라 그 분신을 관찰한다. 분신은 시인을 만나 반가운 모양이다. “먼저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것을 보니. 또한 시인처럼 분신도 시인을 이리저리 관찰한다. 시인-자신의 분신-을 만났으니 분신도 곧 죽게 될까? 시인과 분신 중 누가 먼저 죽을까? 마지막 행은 그런 질문을 하게 이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