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경

퇴직 이후

안경을 벗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알은체를 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많아졌다

한 걸음 물러서야 내가 더 잘 보이듯

눈이 흐린 만큼 마음만은 다시 맑아

드디어 천국의 문도 보인다.

밝은 별빛이 눈을 찌른다

퇴직 이전의 시인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했을 터, 안경을 쓰고 지내야 했을 것이다. 이제 퇴직한 그는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 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자 별빛이, 눈에 보이는 밤하늘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발원하여 마음의 눈을 찌르기 시작한다. 그곳은 천국이다. 시인은 천국이 다가옴을 감지하고 있는 것. 담담하게 죽음을 맞이하려는 시인의 모습은 마음을 숙연하게 만든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