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성

새가 날아와 날개로 내 얼굴을 때렸다

얼굴이 날아갔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다 내가 왜 새한테 맞았는지도

얼굴이 없는데 사람들은 나를 알아보았다 얼굴이 왜 없는지 묻지 않았다

내 얼굴이 없어졌다는 걸 모르는 건가

누군가를 안다는 건 얼굴이랑 상관 없는 걸까

새의 생김새를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사라진 얼굴에 날개를 달면 새가 된다

와 새됐네

묘한 시다. 느닷없이 새가 나타나 화자의 얼굴을 때리고, 화자의 “얼굴이 날아”간다는 엉뚱한 전개. 하나 이미지는 오래 남는 시. 이 새가 화자에게 갑작스레 준 충격은 무엇을 의미할까? 자유에 대한 갈망일까? 여하튼 그 충격이 화자의 정체성이라고 할 얼굴을 그의 일상에서 분리시킨다. 그리고 그렇게 날아간 얼굴에 날개를 달 때 바로 새가 된다는 것을 화자는 깨닫는다. 그 ‘얼굴+날개=새’가 바로 시 아닐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