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윌슨 베이커/강수영 옮김

책상 선반에 새가 날아와 종종거린다.

한쪽 다리가 잘려서 외발로 서 있다.

날개 달린 친구가 몸이 성치 않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새가 날아가려고 날개를 펼치자

웃는 것처럼 보였다

부질없이 가여워하는 내 마음에

수치심을 주려는 듯.

이 새는 제대로 앉을 수도 없고

뽐내고 걷거나 거들먹거릴 수도 없지만

날개만큼은 다른 새들처럼, 아니

어쩌면 더 강할지도 모른다.

책상 위로 날아와 앉은 외발 새를 본 화자는 “마음이 아프다.” 하나 화자의 그 마음이 잘못이라는 듯 그 새는 “웃는 것처럼” “날개를 펼”친다. 수치심을 느끼는 화자. 동정심이란 상대의 능력을 알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데서 나오는 마음일 수 있다. 보라, 저 외발 새가 펼친 당당한 날개를. 그제야 화자는 “제대로 앉을 수도 없”을 저 새가 “날개만큼은 다른 새들”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