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헌

난전의 장사꾼 틈에 천사가 잠들어 있다

한파 속 엄마 품에 잠든 아기는 지금

어느 별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걸까

갈라터진 엄마의 손바닥 이불이 아이의 우주인 듯

볼우물 배냇짓까지 해가며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 대원들이 아이를 꺼냈다

아빠는 얼른 아이를 받아안고는

손바닥 이불로 아이의 눈을 가려준다

그 순간

안도의 작은 한숨이 세계인들에게 밀물졌다

세상이라는 난해시를 읽어내는 만국의 언어였다

손바닥 이불은

세상은 몰인정한 세계가 되었다고 하지만, 깊은 사랑이 발현될 때가 있다. 한파 속에서도 장사를 해야 하는 어떤 엄마. 그 “엄마 품에 잠든 아기”를 보라고 시는 말한다. “지진으로 붕괴된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된 “아이를 받아안”으며, “손바닥 이불로 아이의 눈을 가려”주는 아버지도.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로부터 시적인 ‘만국의 언어’가 발견될 때가 있는 것, 그래서 세상은 ‘난해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