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라서 다행이에요

꿈에 나타난 할아버지

내 할아버지가 맞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니

광대 근처에, 낯선 구멍 하나

어쩌다 눈이 세 개가 되셨나고 물으니

내가 보고 싶어 그러셨단다

아프지 않으셨냐고 물으니

나비가 앉았다 날아간 정도라며 웃으신다

내가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억장이 무너지는 듯해

침만 삼키고 있으니

까닭을 알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손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면서 할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해낸, 애틋한 시다. 손녀가 그리워서인지 눈이 하나 더 생겨 손녀의 꿈에 나타나신 할아버지. 아프지 않았냐는 손녀의 질문에 “나비가 앉았다 날아간 정도라”고 그는 대답한다. 나비는 예로부터 이승과 저승을 연결해주는 성물로 여겨졌다. 할아버지는 이 나비를 통해, 얼굴에 구멍이 뚫릴지라도 손녀와 만나고자 했던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