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진

내 눈동자는 매일 밤 어떤 장면의 끝에서 완전히 부서지곤 했다.

비슷하고 반듯하게 전개되는 일상을 거부하며 숲으로 들어간 사람은 숲에서 길을 잃는다. 자신이 지나쳐 온 길의 나무마다 표식을 남기지만, 그는 자신이 남긴 표식과 끝없이 마주할 것이다. 나무는 반복되고 숲은 증식한다. 날렵하고 작은 칼. 그것이 유일한 가능성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얼굴에 단 하나의 표식을 남긴다. 돌아오지 말 것.

숲은 내 뒤에 있다. 숲은 나를 뒤적거린다.

시인의 ‘눈동자’가 어떤 숲에 부딪쳐 부서진다. 그 숲은, 한 번 들어간 사람은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는 미로와 같다. 게다가 증식하는 특성이 있는 미로. 결국 숲속의 사람은 ‘작은 칼’로 “자신의 얼굴에” “돌아오지 말 것”이라는 표식을 남겨 숲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받아들이고 만다. 이 숲이란 무엇일까. 시의 세계 아닐까. 시인 뒤에 있는 숲-시의 세계-이 시인을 뒤적거리며 시는 써진다는 것을, 3연은 말해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