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빈

그가 햇볕이 잘 드는 공장 담벼락에 붙어 낮잠을 즐기고 있다

눌러쓴 모자 위로 시간이 온도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누가 깨우지만 않는다면 팔짱은 죽을 각오로 앉아 시간을 풀지 않을 것이다

봄볕에 나온 수천마리의 벌들이 그의 잠 속에 빠져 꿀을 채취하고 있다

노동에도 ‘서정성’이 있을까. 아마 지루한 작업의 연속일 공장에서의 노동에도 말이다. 아마 노동 자체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잠깐의 휴식 시간, 낮잠 자는 노동자의 모자 위에서 햇볕이 온도를 높이는 꿀 같은 시간에는 깊은 서정이 풀려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서정에 잠긴 그의 잠 속으로 “수천마리의 벌들이” 들어와 단 꿀을 채취한다는 것. 그렇게 벌들이 잠 밖으로 꺼내 간 그 꿀이 서정시의 말이 될 테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