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

나는 그물을 들고 있다

그물망 사이로 아무것도 없이

빛나는 바다를 본다

사공 없는 바다 한가운데

파닥거리는 물고기

아가미에서 중얼거리는 입술

해변을 서성이던 종마가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나에게 다가와 큰 소리로 운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말의 안장에 오른다

이제 막 눈뜬 말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거울 너머 펼쳐진 백사장을 달려간다 (부분)

‘나’는 거울 안-꿈 속-에 있다. ‘나-시인’은 그 안에서 어떤 무엇을 건지기 위해 그물을 들지만, 보이는 건 “빛나는 바다”뿐.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 어떤 물고기가 파닥거리며 무엇인가를 아가미로 중얼거린다. 시의 말일까. 이때 “큰 소리로” 울며 다가온 말. ‘나’는 그 말에 올라타고 거울 바깥의 세계로, 즉 꿈밖-사막 같은 백사장-으로 달려 나간다. 꿈과 현실, 시의 얽힌 관계를 환상적으로 펼쳐놓은 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