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정

고비사막까지 태평양까지 날아가며

갈기갈기 찢어지고 뒹굴어질

까마귀들이었어요.

우리집 빨랫줄에 매달려

눈물 뚝뚝 흘리는

저 까마귀들 말입니다.

한 번 쓰고 버리면 아까워

내장을 빼내고 주둥이를 씻어

줄줄이 집게에 꽃힌

잘 썩지 않는 비닐 말입니다.

아무리 까악까악 울려고 해도

진짜가 되지 못하는 까마귀들 말입니다.

까마귀는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는 새로 여겨져 왔다. 시인은 오늘날 까마귀가 세상에 널려 있음을 알려준다. 그에겐 저 검은 비닐이 까마귀다. 그 까마귀는 잘 죽지 않는다. 그래서 “눈물 뚝뚝 흘”린다. 그 눈물은 “내장을 빼내” 다시 쓰이면서도 “진짜가 되지 못하는” 자신의 운명 때문에 흘리는 것이지만, 지구의 비참한 미래가 보이기에 흘리는 것이기도 하다. 썩지 않는 폐기물들로 뒤덮인 지구의 미래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