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란

코로나19로 몇 날 며칠 집안에만 있어야 했던 아이가

엄마와 함께 마당에 나왔다

아이는 솔가지처럼 양팔을 쳐들고

뱅글뱅글 돌면서 소리친다

세상이 꽃밭 같아 엄마

해님도 꽃이고 구름도 꽃이야

나무도 꽃이고 새도 꽃이야

콩알만 한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음~~~ 바람도 꽃이네

까르륵 까르륵

꽃이 피어난다

‘코로나19’ 국면이 거의 끝났다. 하지만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의 얼굴은 여전히 어둡다. 이와 달리 위의 시의 아이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 차 있다. 아이의 눈은 시인의 눈이 된다. 모처럼 밖으로 나온 아이의 눈에는 세계의 존재자들이 모두 꽃으로 보인다. 이 아이야말로 세계의 존재 그 자체를 기쁘게 맞이할 줄 안다. 하여, “솔가지처럼 양팔을 쳐들고/뱅글뱅글 돌면서 소리”치는 아이 자체가 꽃으로 피어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