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기자가 만난 경북 사람
이지성 국기원 이론교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태권도 챌린지’를 기획한 국기원 이지성 교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태권도 챌린지’를 기획한 국기원 이지성 교수.

‘2030 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이 6개월도 남지 않았다. 세계박람회(EXPO)는 인류의 산업·과학기술의 발전 성과를 알리고, 개최국의 역량을 과시하는 장으로 경제·문화올림픽으로도 불리는 국제적인 행사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위해 각계각층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행사 개최가 가져올 긍정적인 경제 파급효과를 염두에 둔 주요 기업의 총수들은 물론, 정치권과 문화예술계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는 형국.

여기에 한국의 국기(國技)인 태권도를 통해 세계박람회의 부산 유치를 염원하는 이들도 가세했다. 그 중심에 국기원 이지성(59·태권도 8단) 이론교수가 있다.

이 교수는 국기원 남승현 시범단장과 힘을 합쳐 ‘태권도 챌린지’를 기획했다. 서울과 경북을 포함한 한국의 50여 개 지역에서 태권도 시범단과 지역민들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힘찬 발차기를 진행하는 것이다.

“내 인생의 전부인 태권도가 세계박람회 유치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하는 이지성 교수가 태권도와 함께한 시간은 자그마치 52년. 삶의 거의 대부분을 태권도와 함께 살아온 셈이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매개체로 나라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고, 불황의 그늘에서 경제적 돌파구를 찾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하는 이 교수가 어떤 경로를 통해 태권도와 만났고, 태권도가 세상에 미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왔는지 궁금했다.

얼마 전 청와대와 국기원에서의 태권도 챌린지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고향 포항을 찾은 이지성 교수를 지난 일요일 본사 편집국에서 만났다. 아래는 그날 오고간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다.

 

몸 약했던 어린시절 건강 위해 도장 찾아
약한 몸 걱정하던 아버지 지도자 길 권유
지금까지 50년 넘게 태권도 인연 이어와

미국서 유학하고 현지서 도장도 운영
한국 돌아와서도 관련 단체에서 일해
50대 중반엔 포항시체육회 몸담게돼

아이들 위한 태권도 전집 기획 집필 중
역사 담은 동화… 1차로 10권 출간 앞둬
향후 교본· 위인 이야기 등 연이어 출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챌린지 진행
전국 명소 찾아 태권도의 매력 선보일 것
국민 여러분들의 애정 어린 관심 부탁

-나이와 출생지는.

△1964년 포항 오천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교사였고 지금 여든여덟이신 아버지도 거기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었다. 위로 누나가 있고 아래 여동생이 있다.

-처음 태권도를 접한 시기는 언제인가.

△대여섯 살 때다. 포항 동빈동에 허름한 창고를 개조한 태권도장이 있었다. 그때는 몸이 많이 약했다. 건강을 되찾고 체력을 기른다는 단순한 이유로 어머니 등에 업혀 도장을 찾았는데, 지금까지 50년 넘게 태권도와 인연을 이어오게 됐다.

-대학과 대학원에선 체육교육을 전공했다. 그 길을 선택한 이유는.

△중학교 시절에 서울로 갔다. 그 학교에 태권도부가 있어 거기서 활동했다. 하지만 그때도 초등학교 때처럼 몸이 많이 아파 선수 생활이 힘들었다. 이를 걱정하시던 아버지가 ‘그렇게 태권도를 좋아하니, 선수가 아니라면 지도자가 되라’고 권유했고, 그게 연세대학교 체육교육학과로 진학한 이유가 됐다. 지금은 국기원 이론교수로 ‘지도자를 가르치는 지도자’가 됐으니, 꿈의 절반은 이룬 셈이다.(웃음)

-포항시체육회와 경상북도체육회에서도 일했다고 들었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거기서 태권도장도 운영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지속적으로 태권도 관련 단체에서 일했다. 나이를 먹으니 연로하신 부친이 계신 고향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50대 중반에 포항으로 와서 포항시체육회에 몸담았다. 이전엔 포항시체육회가 정부로부터 예산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내가 근무할 때 18억 원의 예산을 받을 수 있었던 게 보람 있고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더불어 포항 만인당의 효율적인 리모델링과 한마음체육관 건립에도 힘을 쏟았던 시기다.

 

국기원 이지성 교수는 아이들을 위한 태권도 서적도 출간했다.
국기원 이지성 교수는 아이들을 위한 태권도 서적도 출간했다.

-포항시체육회에서 일하던 시절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면.

△구미에게 뺏겼던 도민체전 우승기를 포항으로 가져온 일이다.

-미국에서도 태권도장을 운영한 것으로 안다. 미국에서 태권도의 위상은.

△미국인들이 태권도를 받아들이는 태도는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 우리가 직접 배우는 아이들 중심이라면 미국은 가족이 중심이었다. 미국 사람들은 평생 즐길 수 있는 생활스포츠로 태권도를 인식하고 있다. 가족 사이의 화합에 태권도가 큰 역할을 하는 것이다. 태권도를 통해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태권도의 가장 큰 매력은 뭔가.

△‘수련(修鍊)’이다. 태권도는 다른 사람을 제압하는 싸움기술이 아니다. 수련은 누구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다스림으로써 스스로를 이기는 것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태권도에서는 수련의 개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몸과 더불어 정신까지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게 태권도다.

-아이들을 위한 태권도 관련 책을 준비 중이라던데.

△한국만이 아닌 세계의 많은 아이들이 태권도를 배우는데 그들에게 읽힐만한 책이 거의 없다는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을 위한 태권도 전집을 기획해 집필 중이다. 현재 1차로 10권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총 40권을 만들 예정이다. 이번에 나오는 것은 역사 이야기를 담은 태권도 동화다. 향후 알기 쉽게 풀어쓴 태권도 교본과 태권도로 국위를 선양한 위인들의 이야기 등이 연이어 출간될 것이다.

 

태권도는 ‘수련(修鍊)’이다. 다른 사람을 제압하는 싸움기술이 아니다. 수련은 누구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다스림으로써 스스로를 이기는 것 아닌가. 그런 차원에서 태권도에서는 수련의 개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몸과 더불어 정신까지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게 태권도다.

-판화가로도 활동 중이라 들었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 만큼이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미대를 가고 싶을 정도였다. 태권도와 미술을 겹합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판화를 해보기로 했다. 나무에 형상을 조각한다는 건 태권도의 주요 개념인 수련과 유사한 행위다. 게다가 판화는 보급하기가 편해 작품을 아이들에게 선물하기도 좋았다. 판화를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엔 경주 미술대전에서 입선도 했다. 태권도와 미술은 둘 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그것들을 접목시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게 행복하다.

 

태권도를 소재로 한 이지성 교수의 판화.
태권도를 소재로 한 이지성 교수의 판화.

-판화의 주요 소재는 무엇이고, 왜 그 소재를 사용하는지.

△거의 100%가 태권도다.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걸 소재로 삼는 게 보통의 미술가들 아닐까? 내게는 태권도가 인생의 전부였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기원하는 태권도 챌린지를 진행 중인데.

△세계박람회는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큰 행사다. 경제적 파급 효과와 나라의 이름을 높이는데 좋은 영향을 미칠 이런 행사를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했으면 하는 건 나만의 바람이 아닌 전 국민의 희망사항 아니겠는가. 그것에 태권도인들도 힘을 보태고 싶었다. 태권도가 매개체가 돼 세계박람회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물론,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힘을 모았으면 한다.

 

태권도복을 입은 이지성 교수.
태권도복을 입은 이지성 교수.

-태권도 챌린지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태권도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합치는 형태가 될 것이다. 각 도시에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간, 빼어난 경관을 가진 곳에서 태권도가 가진 매력을 선보이고, 그걸 영상에 담아 대중들에게 배포하게 된다. 가장 먼저 태권도의 헤드 쿼터(Headquarter)라 할 국기원과 청와대에서 태권도 챌린지가 진행됐고, 당연히 경북 지역의 명소도 곧 찾아갈 것이다. 향후 50여 곳에서 태권도 챌린지가 진행될 예정이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태권도 선수들의 근사하고 화려한 시범을 볼 수 있을 것이니 여러분들의 애정 어린 관심을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말은.

△오는 10월엔 충청남도 금산에서 국제무예올림피아드가 열린다. 이 역시 주목할 만한 국제행사다. 여기서 한국총괄위원장이란 역할을 맡게 됐으니, 최선을 다해 행사 성공에 보탬이 되려 한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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