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박

남극 아등바등하는군요

펭귄 열병 걸린 듯 기우뚱

가는 소리 칼 가는 소리처럼 기우뚱거리고요

침착 좀 침착하게

우리 뭐가 문제인지 생각해봐요

장미 드릴게요

맞은 뺨에 기우뚱

당신 망가지고 있었군요 사소하다고요?

역대 최장 장마라고요 엎친 데 덮쳤다니까요!

하나하나 사라지거나 죽거나 들었어?

여름 강원도 군데군데 폐가 기우뚱

우리 사회는 기후 위기를 ‘사소’한 것으로 여긴다. 위의 시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우리의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 “뭐가 문제인지 생각해”보자며 ‘?’를 붙이면서, ‘최장 장마’에 ‘당신’이 조금씩 망가지고 있고, 강원도의 ‘폐가’처럼 세계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진실을 들으라면서 말이다. 이에. 기우뚱대던 남극의 빙산이 녹아내리는 소리는 “칼 가는 소리”와 같다. 마치 지구가 조금 있으면 살해당할 것처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