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유나

이천년 전 도시에도

따뜻한 볕은 들었을까

천 년 전 폐허에도

미풍은 불었을까

화덕에 구워지던 빵 조각

그 일그러진 잔상에도

최고의 영광 속에 깃든

참혹한 미를 느끼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인가

야차의 시계는

돌아가는 길을 지키고 있으니

이곳에 기대어 멈추고 싶어라

시인이 여행하는 곳은 폼페이 같이 폐허가 된 도시일까. 이곳에서 시인은 “참혹한 미”를 느낀다. “구워지던 빵 조각”처럼 부풀며 일그러지는 옛 도시의 잔상이 영광과 파멸을 동시에 드러내기 때문이리라. 시인은 이 폐허에서조차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에 이기심 아닐까 반성하지만, 이미 무서운 ‘야차’ 같은 시간이 폐허로부터 “돌아가는 길을 지키고 있음”을 감지하고 이곳에 멈추고자 하는 욕망을 받아들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