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주

몇 개의 점을 그리고 있었다. 종이를 접으면 몇 개의 점은 서로 만났다. 하나의 점이 독백이었을 때 또 하나의 점은 어둠이었다. 독백과 어둠이 만나는 점은 하나의 세계여서 내가 있거나 나는 없는 세계. 하나의 세계를 멈추려고 꽃잎은 떨어진다. 빼앗긴 얼굴을 되찾기 위해 나는 시를 읊고 춤과 봄을 연결하는 바람이 분다.

위의 시에 따르면, 시 쓰기는 독백과 어둠, 나의 존재와 나의 비존재를 겹치게 만드는 작업이며 이 작업을 통해 시의 ‘공간-세계’가 형성된다. 이러한 시 쓰기는 결국 나를 잃어가는 행위, 즉 비인칭적인 어둠에 의해 나의 얼굴을 빼앗기는 작업이다. 꽃잎이 떨어지듯 ‘나의 죽음’이 이루어지는 작업. 반면 시를 읊으면 바람이 불고 생기가 일어난다. 그 바람은 “춤과 봄을 연결”하고 “빼앗긴 얼굴을 되찾”게 해준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