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

어디에서 옵니까 고요는 온종일 혼자와 놀다 보면 인사를 버리고 안부를 잃습니다 어떻게 말을 건넬까요 손을 흔들어도 영혼일 뿐이라면

안녕 나는 조금씩 사라집니다 오래 전 마음 같지 않습니다 마음…. 커다란 단어라는데 너무 빨갛고 어지러운 단어라는데 나에게는 걱정이 많은 말이에요 말하는 순간 놓쳐버릴까 두려운 한순간

(중략)

아름다움과 어리석음이 뒤섞인 뒷모습은 어디로 떠나갑니까 입을 열면 부드러운 안개가 흘러나오는 새벽 오늘의 한숨은 다정한 악기입니다 조금씩 아껴 아프다 어두워지는 근심의 힘으로 오로지 조용함으로 감싸여 유영하기를 바라던 작은 물가입니다

(부분)

시인이 “영혼일 뿐”인 당신에게 건넨 말은 사라짐에 대한 걱정의 말뿐이다. 나는 사라지고 있으며 당신도 사라질까 봐 걱정이라는 말. 그런데 당신은 정말 어느새 사라진다. “아름다움과 어리석음이 뒤섞인 뒷모습”을 보이며. 시인에게 찾아온 당신에게 한 말이 고작 걱정일 뿐이니 어리석지 않은가. 하지만 그 어리석음의 뒷면에 아름다움이 스며든다. 걱정의 말은 사랑의 말이고, 아름다움은 사랑에서 비롯되니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