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많이 흘러가 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 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는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쏟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위의 시에 따르면, 소나기가 내리는 밤이 많은 칠월은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 영화”를 볼 수 있는 달이다. 우리는 그 영화에서 애써 “잊은 그대”를 지금 시간에 아프게 만날 수 있다.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이 “아직도 내 곁에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런데 이 아픔은, 우리의 마음속에 ‘그대’가 살아있음을, 그대에 대한 사랑이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드러내준다. 그래서 시인은 이 여름을 사랑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