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인

선배는 꿈꾸는 사람이었고

사는 게 별것 있나며

거리에서 죽겠다는 사람이었다

사십여 일 동안 단식을 하던 선배는 실신해 병원에 이송됐다

죽더라도 굶겠다는

선배에게

물 같은 미음을 먹게 한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세상

죽음 앞에서

절규하듯 시를 토해내는

저 시인은 무엇을 더 말해야 하나

살아남기로 다짐한 사람은

얼마나

작은가 (부분)

“거리에서 죽겠다는” ‘선배’ 시인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에게 거리는 불의의 권력이 장악한 이 세상에 저항하는 싸움터다. 거리에서 단식 투쟁을 하고 실신하면서까지 “절규하듯 시를 토해내는” 시인. 그가 미음을 먹으며 삶을 지탱하는 것은 아름다운 세상이 아직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의 시의 화자처럼 “살아남기로 다짐한” 우리는, 죽음을 무릅쓴 시인 앞에서 얼마나 작은 삶을 사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