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도

거간꾼들 찾아와

말을 살피다 돌아갔네

낯선 손님 엉덩이 쓸어 줄 적마다

긴 말총 후려치며, 버둥대며

팔려 가는 당나귀 뒷모습이 어른거려

삽짝 들어서기 무섭게 마구간부터 살폈고

말 꼭 껴안아 줄 때는

내 목젖이 먼저 내려앉았네

거간꾼 말대로라면 더는 부려 먹기도 마땅찮아

고기로나 처분될지도 모른다는 말에

사라진 말의 행로가 불안하기는

발 여린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네

말과 소, 돼지 등은 인간을 위해 사육되어 그 삶 자체가 착취당해왔다. 하지만 인간은 이러한 착취를 당연시하고 그 동물들의 고통을 모른 척했다. 시인은 유년 시절, 사랑했던 어떤 당나귀를 기억한다. “더는 부려 먹기도 마땅찮아/고기로나 처분될지도” 모르는 당나귀. 철저히 삶이 착취되는 당나귀를. 그는 그 당나귀를 불안한 ‘행로’를 걷고 있는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비정한 인간 세상을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