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의 발전이 눈부시다. 정보를 모으고 가공하여 새로운 예측자료를 만들어내는 능력에 있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준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보고서 ‘일자리의 미래’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사람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향후 5년 안에 전세계 일자리 23%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 한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많을 것도 사실이지만, 새롭게 만들어질 일거리도 무시할 수는 없다. 많은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지, 없어진다고만 하지 않았다. 관련 전문가들도 일자리의 변동률이 유례없이 높을 것이라고 한다. 가파른 변동률은 일자리의 급격한 변화를 예측하는 것일 뿐, 없어진다고만 하지는 않았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일자리의 변화는 언제나 존재한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새로운 기술의 발달과 함께 노동시장의 변화는 끊임없이 일어날 터이다. 일부는 사라지지만, 새로운 일자리는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노동집적도의 수준에 따라 사라지는 일자리의 단위 갯수가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지만, 그런 류의 변화는 산업혁명 이래 늘 우리 곁에 있어왔다. 전통적인 관리와 경비기능, 공장과 상업 부문에서 대폭적인 일자리의 감소가 예측되지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교육, 보건, 농업 등에서는 오히려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노동력이 더욱 필요해질 전망이다. 자동화와 전산화로 단순반복적인 업무기능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지만, 기술의 집적과 함께 인간의 응용 및 적응능력을 확장해야 하는 부문에는 오히려 일자리가 늘어날 터이다.

인공지능의 도래와 관련하여 인류에게 큰 도전이 되는 부분은 일자리의 갯수보다 오히려 인공지능이 초래할 직업윤리적인 영향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의 개발에 깊숙이 관여했던 구글의 제프리 힌튼(Jeffrey Hinton)이나 히브리대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멈출 수 없는 인공지능경쟁에 글로벌규제가 필요하다’든가 ‘강력한 기술도구의 안전을 점검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빌 게이츠(Bill Gates)는 ‘인공지능개발을 중단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인류가 과학기술을 보다 건강하게 사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인공지능의 도래와 함께 과학기술은 물론 인간사회에도 급격한 변화가 찾아올 모양이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존재하지만, 변화하는 일거리의 모습에 유연하게 준비하고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오히려 기회로 삼을 가능성도 다분히 있다. 인공지능이 초래할 윤리적 위험성에 경고등이 들어왔지만, 문명의 산물을 인류에게 이롭게 쓴다는 다짐이 있는 한 긍정적인 발전으로 변모할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산업혁명 이래 인류에게 기술은 언제나 위기의식을 동반한 필요악이었다. 사라졌던 일자리는 새롭게 일어난 생산성으로 극복되었으며, 인류의 위기는 세상의 기회로 슬기롭게 바뀌어왔다. 인공지능이 던지는 그림자에도 인류는 지혜를 모아 참신한 빛줄기를 불러올 터이다. 사그라들 무엇을 아쉬워하기 보다 찾아올 약속에 집중해야 한다.